[특별 사설]남북 ICT교류, 새로운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27일 남북분단 상흔 상징인 판문점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 정전협정, 평화체제 구축을 골자로 하는 '판문점 선언'을 공개했다. 기대보다 성과가 컸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통 큰 합의'였다. 두 정상이 만나기는 11년 만이다. 남북이 갈라선 후 2000년 김대중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었다.

남북정상회담 공식 의제는 외교안보 분야였다. 2018mm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최우선 주제는 한반도 비핵화였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정상회담 의제에 처음으로 올렸다. 쉽게 합의를 이뤄냈다. 사전 조율한 덕분이었다. 합의문 체감은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화가 필요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대원칙에 합의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남북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군사적 상황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체제 구축에도 큰 걸음을 시작했다.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가장 먼 거리였던 북한과 미국 사이 대화를 중재하고 회복하는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위한 사전 작업을 성공리에 끝마쳤다. 값진 성과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후속작업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만큼 가야할 길은 멀고 어려울 수 있다. 정상회담 성과가 빛을 보도록 꼼꼼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챙겨야 한다.

남북 평화 공존시대를 끌어갈 핵심은 결국 경제협력이다. 경제를 통해 협력하고 경제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이후 어김없이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탔다. 1차 남북정상회담 두 달 뒤인 2000년 8월 남북은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두 달 뒤엔 개성 관광과 경의선 운행을 시작했다.

남북경협 중에서도 ICT교류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빠르게 넘어간다. 4차 산업혁명에서 ICT는 인프라다. 전력과 건설, 통신이 보이는 사회간접자본이라면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 산업 인프라다. 남북한 모두 간절하게 교류를 희망하는 분야다. 첨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야 낙후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IT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췄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는 우수 인재가 있다. 시너지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역대 남북경협과 맞물려 가장 물꼬를 텄던 분야가 과학기술과 정보 통신이었다. 통신과 컴퓨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여러 남북 사업이 진행됐다. 통신사 주도로 통신망이 구축됐고 북한 기술 인력을 활용했으며 남북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불행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정치상황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항상 출발은 화려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해법이 필요하다.

과학·ICT 교류를 위한 남북 상시협력체를 제안한다. 민간 주도로 교류와 개발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구성체가 필요하다. 정치색이 없어야 한다. 체제를 초월한 실질적인 협력 채널이 돼야 한다. 협력체에서는 기술과 인재 교류에서 남북한 IT시범단지, 공동 정보화 프로젝트, 첨단 과학기술 공동연구까지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25개 연구기관에서 남북공동 연구주제에 관한 의견을 수렴해 과기정통부에 전달했다. '남북과학기술공동협력센터'를 남한 또는 북한, 제3지역에 건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남북협력협의회를 구성하고 ICT와 과학기술 분야 의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분야도 기대감이 크다. 2003년, 2005년 두 차례 열렸던 프로그램 교차 구매, 방송콘텐츠 공동 제작, 남북 간 스포츠 중계 등이 거론된다.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도 통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남북 신뢰관계 강화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두 정상의 말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거대 담론보다 치밀한 각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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