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장애인 금융서비스 차별 해소에 나섰다.
앞으로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지체장애인협회를 통해 전용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하단부와 좌우 공간을 확보한 자동화기기(ATM)도 도입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폐를 구분 가능한 도구를 배포하고, 자필서명 없이 통장과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장애인 금융개선 과제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금융권, 장애인 단체와 실적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발굴한 개선사항을 구체화했다.
금융 취약계층인 전동휠체어 이용자와 시각장애인 및 청각장애인, 경증정신질환자의 편의성을 대폭 높인다.
그간 1만명에 달하는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전용 보험이 없어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금융위는 메리츠화재와 협약을 맺고 전동휠체어 보험을 23일 출시한다.
휠체어 이용자가 보험회사에 개별 방문할 필요 없이 지체장애인협회를 통해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지자체장애인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연간 보험료(2만5000원)의 90%를 지원한다. 선착순 1000명 안에 들면 연간 2500원만 내고 1년 간 1억5000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된 ATM도 대폭 개선한다. 하단부 공간을 20cm에서 45cm로 넓혀 휠체어 이용자 무릎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좌우 공간도 70cm에서 80cm로 확대한다.
숫자키패드 위치와 순서배열, 카드·통장 입출구 위치, 이어폰 꽂이 위치를 통일한 규격도 제시했다. 그간 은행별로 ATM 버튼 위치가 달라 시각장애인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준우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올해 신규 도입되는 ATM은 개정된 한국은행 ATM 표준을 따르게 된다”면서 “ATM 내부연한이 5년인 만큼, 적어도 5년 후에는 전체 ATM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지폐를 구분하지 못하는 애로사항도 해소한다. 지폐별로 가로 길이가 6mm씩 차이가 나는 점에 착안, 눈금으로 지폐 길이를 가늠할 수 있는 도구를 한국은행에서 제작해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서 배포한다. 시각·지체장애인은 통장·신용카드 발급에 필요한 자필서명을 녹취 및 화상통화로 대체하게 한다.
실손의료보험 보장 범위도 육체적인 원인의 수면장애에서 정신적인 이유의 수면장애까지 확대한다. 경증정신실환자가 실손보험 가입 시 차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시행령을 통해 장애인 특별부양신탁 증여세 면세요건도 완화했다. 의료, 교육 지출 시에는 신탁 원금 인출을 허용했다.
향후 금융위, 금감원과 장애인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금융개선 TF에서 추가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장애인 금융이용 전반에 대한 종합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