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D·OLED 장비 성능평가 지원 테스트 여부 이르면 내달 결정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착장비 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이 17년 만에 삼성과 재거래를 추진한다. 재거래가 성사되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상생협력 생태계가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협력사 생태계는 여전히 삼성, LG, SK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뉜 폐쇄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기업간 교차구매가 촉발되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협력사 매출이 커지고 대기업 장비 구매비용이 주는 '윈윈게임'도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정부 주도 상생협력 프로그램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부품 성능평가 사업'에서 기존 고객사 외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성능 평가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D램 캐패시터 하이-K 물질 증착용 원자층증착기(ALD)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봉지 공정용 증착 장비 성능평가를 지원했다.
성능평가 사업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주축으로 출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생발전위원회' 핵심 활동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 공장에서 장비와 재료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실력이 있으면' 그간 관계가 없어도 거래를 틀 수 있게끔 돕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주요 수요업체와 함께 주성엔지니어링 장비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실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이르면 다음달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가 여부가 결정되면 이후 해당 업체 공장에 장비를 넣고 생산적용, 양산평가를 받게 된다”면서 “평가를 받는 것 그 자체가 공급 거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 좋다면 대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수요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주성엔지니어링의 안을 거절한다면 평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가지는 세계 위상에 비해 장비 재료 분야 국산화율이 높지 않다면서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한 만큼 타당한 이유 없이 지원을 거절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근 '실용주의 경영'을 추구하며 해묵은 감정을 배제하고 신 협력시대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매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삼성은 최근 특허소송 등 법적 공방을 벌였던 국내 한 장비 업체와도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정부 주도 사업을 계기로 삼성에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재거래을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과거 감정을 날려버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양쪽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01년부터 삼성과 거래가 끊어져 존립 위기에 처했으나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해외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삼으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제안한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