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장애인 고용의무를 무겁게 지운다. 기업 규모에 따라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차등 적용하는 '기업규모별 부담금 차등제'가 도입되고, 기업이 채용을 전제로 장애인을 훈련시키면 고용으로 간주하는 제도도 신설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첫 장애인 일자리 대책이다. 장애인 고용률을 지난해 36.5%에서 2022년 38%로, 의무고용 이행률은 46.8%에서 60%로, 평균임금 수준은 73.6%(전체인구 대비)에서 77%로 올리는 게 목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제재를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현행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연도 월 환산 최저임금의 60% 수준(월 94만5000원) 부담기초액을 두고 의무이행률에 따라 6~40% 차등가산한다.
앞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은 부담기초액(최저임금 60%) 자체를 차등 적용하는 '기업규모별 부담금 차등제'를 도입하고, 이행수준별 가산율도 상향 조정한다. 장애인 고용이 법정 의무고용률(2.9%)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내년부터 '명단공표' 전 '고용개선계획 제출을 의무화한다.
기업 의무고용 이행 지원책도 추진된다. 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에 대해 도급을 주면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금을 감면(50%)해주는 '연계고용 제도' 감면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 기업이 채용을 전제로 장애인 훈련을 실시하면 훈련인원의 일정비율을 고용한 것으로 보는 '고용기여 인정제도'도 신설한다.
공공부문은 장애인 고용의무(50인 이상 규모)를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고용실적이 저조한 기타공공기관 및 지방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정부 경영평가 반영 등 제재를 강화한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토록 하고, 설립투자금 등 최대 20억원을 지원한다. 표준사업장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을 현재 총 구매액의 0.3%에서 2020년부터 0.5%로 확대한다.
정부는 또 그간 사업주 지원 위주의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직접 비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적정수준 임금과 지급 가능성 간 격차를 고려해 중증장애인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내년 중 법 개정을 거쳐 2020년부터 추진한다. 또 중증장애인은 노동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사회보험료, 출퇴근 비용 등 추가비용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장애인 맞춤형 취업지원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중증장애인 현장훈련 기간을 현행 3~7주에서 최대 6개월로 연장하고 직장 적응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직무지도원도 최대 3년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의무고용 대상 사업체 2만8218곳에 총 17만3209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47.6%)보다는 높은 49.2% 수준이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인은 대부분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고, 월평균 임금도 178만원으로 전체인구(242만3000원)의 70% 수준에서 정체됐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전체인구의 두 배 이상이다. 대기업이 선도하는 선진국과 달리 1000인 이상 대기업 이행비율이 21.4% 수준으로 300인 미만 기업(47.8%)의 이행비율보다 낮다.
장애유형별로도 고용률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장애인구의 90%를 차지하는 5대 장애유형 중에서 지체·시각은 평균보다 높지만, 발달장애나 뇌병변 장애의 경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향후 5년간 추진 할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정책 추진과정에서도 현장과 지속 소통해 나가며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