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수출 가로막는 핵심기술 공개

지난달 우리나라 반도체업계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올렸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3월 ICT 무역 자료에 따르면 수출은 191억4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 갔다. 주인공은 역시 반도체였다. 3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4.3% 증가한 10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가 80억4000만달러로 63% 증가하면서 수출을 이끌었다. 시스템 반도체는 22억2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6.1% 늘었다. 단일 품목 기준으로 반도체는 월간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수출 액수로 최대다.

수출 일등공신이지만 반도체업계는 납작 엎드려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삼성전자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건' 때문이다. 다행히 17일 열린 산업부 반도체전문위원회는 보고서에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됐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이날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한숨은 돌릴 수 있게 됐다.

고용부는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국가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한 만큼 받아들일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결정을 존중하지만 기업 영업 비밀이 근로자 건강과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어질 행정심판에서 이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건강을 대변하겠다는 고용부 입장도 한편에서 이해는 된다. 그러나 해당 기업과 전문가들이 측정보고서 공개를 반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국익을 좌우할 정도로 엄중하게 본다는 이야기다. 산업부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가 언급한 “논의 자체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전문가라면 보고서를 통해 영업 비밀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는 새겨들어야 한다. 반도체는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 수출 품목이다. 행여나 이번 사태로 산업계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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