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반발… “산재입증 관계없는 기업자료 공개 불허해야”

고용노동부와 여당 의원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이유로 반도체 등 주요 첨단기업의 안전보건자료를 외부에 공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5일 입장자료를 내고 “생산시설 구조, 장비 배치, 화학제품명과 같은 정보는 산재 입증과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가 생산 노하우를 추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적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총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은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 핵심기술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 정보가 유출될 경우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면서 “각종 안전보건자료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국가안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제품의 국내외 시장점유율, 국가 간 기술격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여부와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첫째,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자의 범위는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 또는 그 유족으로 제한해야 한다.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 사유를 근로자 자신의 질병과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공개 여부를 논란이 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산재 입증자와는 상관없는 모 종합편성채널 PD가 정보공개 청구한 것이다. 고용부는 이를 공개키로 방침을 정해 삼성전자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총은 “일각에선 공장 인근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서 기업의 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지역주민의 알권리에 관한 사항은 이미 타법(화학물질관리법)에 규정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안전보건자료의 내용 중 장비의 종류·개수·배치, 사용하는 화학제품 및 구성성분 명칭 등 생산공정의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제공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김영주·강병원의원안)은 광범위한 안전보건자료(물질안전보건자료, 역학조사보고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보건진단보고서, 공정안전보고서) 공개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경총은 공정안전보고서 등의 자료는 직업병 원인규명과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해당 자료가 외부로 유출시 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경총은 제공받은 안전보건자료를 산재 입증이 아닌 다른 용도로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3자 등 외부 유출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의 각종 안전보건자료의 형태는 정형화되어 있으나, 각 기업의 기술 수준, 시장점유율, 연관 산업 효과, 국가 간 기술격차 등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당 자료의 공개 여부로 인한 파급 효과도 다를 수 있다”면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의 안전보건자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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