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기식, 위법 행위 확인되면 사임"…관료 출신은 무난한 선택?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을 빚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거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사임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최근 야권에서 확산된 반대 여론에 강경 입장을 밝힌데다 정부 관료 혁신 역량 부족까지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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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 적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위법 행위가 하나라도 확인되면 사임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메세지는 문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기식 원장과 관련해 '사퇴 찬성' 여론이 들끓고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도 밝혔다. 다만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의원 시절인 2015년 5월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부담으로 9박 10일 동안 미국 워싱턴DC와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다녀왔다. 2014년 3월엔 한국거래소(KRX)의 지원으로 2박 3일 동안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을 받아 2박 4일 동안 중국·인도 출장을 각각 다녀왔다.

향후 관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적법성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김기식 원장 논란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선관위에 공개 질의했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보낸 질의사항은 △피감기관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 △국회의원이 임기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 등에 대한 적법성 여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세지에서 인사문제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수십년간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관료 출신들의 등용은 혁신적 인사가 아닌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향후 논쟁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일어난 반대 의견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청와대와 야당 간 대립의 골도 깊어질 전망이다.

<대통령 서면 메세지 전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2018년 4월 1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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