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매각한다. 이번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전부 매각해야 한다고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SDI는 10일 “순환출자 해소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를 5821억5715만2000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삼성SDI는 지분 매각 주관사로 씨티증권과 크레딧스위스(CS)증권을 선정했다. 주관사는 장 종료 후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통해 매각 조건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은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하고, 매각 대금은 사업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공정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미 일부 주식을 매각했으나,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주식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추가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던 2015년 12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에 옛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만 처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이라면서 옛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도 모두 매각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지난 2월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수정하면서 늦어도 8월 26일까지 매각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삼성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시한 매각 시한까지 4개월여가 남아있고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요청을 수용해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주식매각 조치가 주주와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속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