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은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병원이다.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 디지털화 등 첨단 병원 구현에 적극적이다. 중심에는 이상헌 의과학정보단장이 있다. 고대의료원을 넘어 우리나라 병원의 4차 산업혁명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 단장은 “의료계 4차 산업혁명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필수 요소인 임상 데이터가 충족되면 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 체계가 바뀌고, 정밀의료와 의료 산업화 구현 등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 의료 서비스 체계를 항암제로 설명했다. 항암제는 대부분 병명에 따라 획일적으로 사용된다. 유전자 변이에 따라 잘 듣는 항암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 맞춤형 항암제 사용이 확산된다.
이 단장은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지 않고 획일적 항암제를 투여하면 약효가 30%에 불과하다”면서 “치료 효과가 좋은 항암제를 골라 투여하거나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 역시 데이터에 기반 의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고대의료원 연구부원장을 역임하던 그는 올해 초 새롭게 발족한 의과학정보단의 단장을 맡았다. 정보단은 고대의료원이 미래의학 환경을 대비하고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가졌다.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선정돼 전국 10여개 병원이 공동 개발 중인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전반 지원 역할도 수행한다. 이 단장은 P-HIS 사업개발단도 이끈다.
이 단장은 “정보단은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대표기술을 모아 의료 현장에 접목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목표”라면서 “국가전략과제로 수행 중인 P-HIS 개발 전반을 지원해 국내 병원이 비용 효율적이면서 안전하게 시스템을 운용하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은 P-HIS 사업을 포함해 정밀의료 구현 프로젝트 등 헬스케어 분야 국가전략프로젝트 2개 모두 수주했다. 작년부터 SK주식회사 C&C와 협업해 AI 기반 항생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VR·AR 등 기술을 접목, 디지털병원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병원 '빅5' 못지않게 첨단 병원을 구현한다.
이 단장은 “세계 최초로 비수술 척추치료기기를 개발하면서 ICT 중요성에 눈을 떴다”면서 “그동안 환자 수 경쟁에 집중했던 국내 대형병원도 ICT 기술과 융합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