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중국산 1300개 품목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고,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G2발 무역전쟁이 가져올 여파에 주변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우리 통상 당국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및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착수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에 대해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액 기준으로 500억달러(약 54조원)에 이르는 관세폭탄이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정조준했다. 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산업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이 대상 품목에 올랐다. 중국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국제조 2025' 관련 품목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 언론도 단순한 무역 제재를 넘어 대중국 첨단 기술 분야를 견제한 의미라고 풀이했다.
USTR의 중국산 고율 관세 대상 품목 발표로 양국 간 무역전쟁은 본격화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추가 관세를 시작으로 중국산 제품 무역 제재 폭을 확대했다. 중국 정부는 농·축산물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 발표는 전날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해 관세 조치를 취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중국 상무부는 4일 USTR가 관세 부과 품목을 발표한 지 한 시간여 만에 미국산 제품에 대등한 수준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제소하겠다”면서 “대외무역법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등한 세기와 규모로 대등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우리 통상 당국의 분위기도 급박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타결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해소 약속 등 통상 현안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주변국 변수가 터진 것이다. 우리 최대 교역국인 G2 간 갈등으로, 복잡한 통상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대중국 중간재 수출, 미국 시장에서의 중국 제품과 경합 상황, 중국 거시 경제 전망, 외국인 투자 기업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서 고려해야 한다”면서 “품목별 관세 영향 분석을 바탕으로 업계와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