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인구구조 변화, 경제에 '직격탄'…규제 풀고 삶의 질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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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내년 예산을 요구하도록 지침을 보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보다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에 과거보다 '강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20~30대 인구 감소는 역대 최저 출산율을 야기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들의 자녀인 에코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은 극심한 고용난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는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재정 투입에 기반한 '반짝 대책'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중장기 대안을 마련,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 개혁으로 신산업을 활성화하면 결국 일자리·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임을 인정하고 삶의 질 제고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구 5300만 못 넘기고 감소…이미 고령인구가 유소년보다 많아

한 나라의 인구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일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5년 현재 5101만명이다. 50년 전인 1965년(2870만명)의 1.7배 수준이다. 그러나 인구는 2031년(5296만명)을 정점으로 감소를 시작, 2065년에는 1990년 수준인 4302만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연간 출생아수와 사망자수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기가 불과 11년 후인 2029년으로 내다봤다. 출생아수는 지속 줄고 사망자는 꾸준히 늘어 2029년 자연증가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2065년에는 연간 출생아수가 26만명, 사망자수가 74만명으로 격차가 3배 가까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구조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1965년 유소년인구(0~14세)는 1258만명, 고령인구(65세 이상)는 88만명으로 14배 차이가 났다. 그러나 유소년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증가해 지난해 처음 고령인구(707만6000명)가 유소년인구(675만1000명)를 앞질렀다.

이런 현상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작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4만명, 2030년대는 연평균 44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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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하며 경제활력 '뚝'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트린다. 부를 창출하는 사람은 줄고 부양 부담은 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2015년 36.2명에서 2037년 70명을 넘고 2059년에는 1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 사례로 일본, 남유럽 등이 꼽힌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낳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포르투갈·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 배경에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기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경험한 국가의 평균성장률은 감소 시점을 전후해 급격하게 낮아졌다”며 “경제위기를 동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인구구조 변화도 위기 촉발과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2020년대에 잠재성장률이 평균 2%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향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목할 점은 오히려 지금은 상황이 반대라는 사실이다. 장기 시각에서는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향후 수년 동안은 '일자리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초기에는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수요 위축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실업률이 낮아지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인력난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향후 4년 동안 청년 취업이 '빙하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20대 후반의 에코세대가 4년 동안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며 구직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20대 후반(25~29세)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2018년 11만명, 2019년 8만3000명, 2020년 5만5000명, 2021년 4만5000명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인구구조 요인 때문에 별도 대응 없이는 재난수준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청년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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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양육 경제 지원엔 한계…규제 풀고 삶의 질 높여야

인구구조 변화는 저출산·고령화가 주요 원인이다.

지속적 혼인 감소, 주출산 연령층 여성 인구 감소는 저출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출생아수는 35만7700명에 그쳐 15년 만에 40만명대 벽이 무너졌다. 올해 1월 출생아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00명 적은 3만2100명에 머물렀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조만간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획기적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종전처럼 혼인·출산·양육을 정부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고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결심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근본 대책으로 규제 개혁을 통한 신산업 활성화가 꼽힌다. 결혼·출산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배경에 청년층 취업난, 경제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이 확대돼 취업·창업 기회가 늘면 자연스럽게 혼인·출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김주훈 한구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활성화하면 젊은이의 취업 기회가 늘고 결국 혼인·출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 '삶의 질' 제고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부양하려면 양적인 경제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 측면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는 과거보다 균형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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