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중 빅딜 시장 영항은?… “외교 수사에 불과” 지적

중국이 미국과 무역분쟁 돌파구로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나오자 산업계에서는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는 우려감과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상반된 견해가 맞섰다.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추후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게 우려의 배경이다.

반면에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중국 측 제안은 '쇼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 반도체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는 마이크론이 유일하다. 생산 용량은 월 웨이퍼 투입기준 D램 2만5000장(버지니아 공장)이고, 낸드플래시는 9만장(버지니아+유타 공장)이다. 마이크론의 메모리 대부분은 일본과 대만(D램), 싱가포르(낸드플래시)에서 생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D램 월 생산량은 120만장, 낸드플래시는 160만장 규모”라면서 “미국 생산 D램과 낸드플래시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 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구매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제의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D램은 현재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수요가 많다.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구매를 줄이는 순간 중국도 완성품을 만들지 못한다.

시스템반도체의 큰 축인 중앙처리장치(CPU) 역시 미국 인텔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구매를 더 늘린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같은 아날로그반도체 업체는 일부 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악영향은 한국보단 오히려 중국 내 신생 반도체 업체에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통상보단 '기술 빼가기 응징'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자본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계속 막고 있다.

업체별 특허 소송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신생 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자사 D램 특허와 영업비밀을 복제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JHICC는 대만 UMC와 중국 푸젠성 지방정부 합작사다. UMC는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마이크론이 자사 D램 기술을 훔쳤다며 중국 현지 법원에 마이크론을 제소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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