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선전포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500억달러에 이르는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경제 침략” “마지막이 아닌 첫 번째 조치” 등 강경 발언이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상대로 꾸준히 이어져 온 보호무역주의의 엄포가 현실화됐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우선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철강과 돼지고기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무역 환경은 주요 선진 2개국(G2) 간 사활을 건 무역전쟁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대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총수출 37%를 차지하는 1, 2위 수출 국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 더해 중국까지 얽힌 복잡한 통상 방정식을 풀어야 할 상황이다.
◇G2 무역전쟁, 어디까지 확산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600억달러에 이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500억달러에 25% 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125억달러가 된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3752억달러) 3.3%에 불과하다. 500억달러가 관세 부과 총액을 의미한다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관세 장벽을 통해 500억~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 물량이 아예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1300개에 이르는 관세 부과 대상 품목 후보군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보름 안에 품목 목록을 작성해서 게시한다. 최종 관세 부과 품목은 그로부터 한 달 동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이번 조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부과 대상 제품 리스트가 확정돼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USTR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협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회사 형식으로 기술을 빼 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을 신설하도록 지시했다. 양국 무역전쟁이 수출 상품을 중심으로 한 통상 갈등에서 더 나아가 투자와 기술 교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맞불 관세로 대응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신선·건조 과일, 와인, 강관 등 120개 품목에 15%, 돈육과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과 대상 수입 규모는 30억달러로, 미국 500억달러 6% 수준이다. 규모는 작지만 미국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 핵심 텃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중간 무역 갈등과 보복조치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혹은 양국이 협상을 통한 타협을 시도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우리나라가 이런 통상 환경에 처한 것도 사실상 처음이어서 면밀한 통상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 통상 정책 비상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는 수출, 경제 성장, 고용 부문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시장은 이미 충격을 받았다. 지난 25일 코스피는 G2 무역전쟁 우려에 역대 15번째로 큰 하락세(-79.26포인트)를 기록했다.
우선 중국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대미 수출이 감소되면 원재료 가공을 위탁받아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 무역이 동반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중국 소득과 내수가 감소하는 것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중국 양강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통상 정책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통상 정책에서도 G2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고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우리 경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미국이 우선 중국을 타깃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도 환율조작국 지정 등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관세 조치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결국 통상 당국의 냉철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에 우리 경제 명운이 달렸다.
통상 전문가는 우리 통상 당국과 산업계가 이전과는 다른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관리무역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상 정책 당국이 미중 무역전쟁 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철강 관세 등 각종 현안을 실시간 소통하고 업계 중심 통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통상교섭본부 내에 신설되는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중심으로 WTO 및 다자통상 체제 아래에서의 공동 대응과 한미 FTA, 통상 분쟁, 통상 법무 등 업무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