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애플의 전략 변화, 힘 실린 LCD 진영

애플이 올해 생산할 아이폰에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량 비중을 당초 예상보다 줄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온다결정실리콘 액정표시장치(LTPS LCD)가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리지드(경성) OLED 대신 LTPS LCD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한 것도 LCD 진영에 힘을 보태는 요소가 됐다.

◆비싸게 샀는데 디자인 차별화 '글쎄…'

업계는 아이폰Ⅹ 판매 부진 원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1000달러를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이고 두 번째는 기존 LCD보다 디자인 차별화 요소가 크지 않은 점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디자인 차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고화질 LCD 스마트폰과 비교해 이렇다 할 차별점을 느끼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아이폰Ⅹ에 처음 채택된 노치컷 디자인에 대해 사용자 반응이 엇갈렸고 LTPS LCD에서도 노치컷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굳이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노치컷 디자인의 고해상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노치컷을 적용한 LTPS LCD 기반 스마트폰을 다수 선보일 전망이다. 이미 아수스 '젠폰5'와 '5Z', 프랑스 위코의 '뷰2', 중국 율레폰 'T2 프로'가 노치컷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올해 선보일 'P20'을 비롯해 LTPS LCD 기반 모델 대부분에 노치컷을 적용할 예정이다. 플렉시블 OLED와 리지드 OLED 기반 제품에도 노치컷을 채용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노치 디자인을 채택할 전망이다.

◆LCD 신모델에 기존 물량 증가…JDI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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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용 LTPS LCD를 공급하는 패널사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 국내 LG디스플레이다. 일본 미즈호증권 자료에 따르면 작년 JDI 7600만개, LG디스플레이 6600만개, 샤프 4600만개 패널을 아이폰용으로 공급했다.

당초 애플은 올해 OLED 아이폰 비중을 전체 연간 물량의 절반 이상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폰Ⅹ가 기대 이하 판매에 그치면서 오는 9월까지만 생산키로 하는 등 다른 모델보다 빠르게 단종시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애플이 아이폰Ⅹ 총 생산 물량을 1억5000만대로 책정했다가 최근 7500만대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고 봤다. 당초 예상보다 무려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하반기 선보일 OLED 신모델 2종과 올해 생산할 아이폰Ⅹ 물량을 모두 합쳐도 최대 55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OLED 신모델 2종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이다.

반면 6.1인치로 전망되는 LCD 신모델은 올해 약 450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OLED 모델 3종 물량을 5500만대로 보면 LCD 신모델 물량이 약 1000만대 가량 적다. 하지만 기존 LCD 아이폰 모델 생산량이 1억대 이상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연간 생산량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올 상반기 기존 LCD 모델 생산 물량을 소폭 늘렸다고 봤다. 하반기에 6.1인치 LCD 신모델을 생산하기 전까지 상반기에 기존 모델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애플 아이폰 LCD 진영 중에서 JDI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JDI는 신형 아이폰 LCD 모델에서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2위인 LG디스플레이와 공급량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JDI는 애플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 패널을 생산하는 6세대 모바라 팹과 하쿠산 팹 가동률을 높였다. 지난해 4분기 가동률이 각각 32%, 48%에 그쳤으나 올 1분기에 40~50% 수준으로 올렸고 2분기에 80%대로 대폭 끌어올린다고 예측했다. 애플에 공급할 구 모델용 패널 물량을 늘리고 6월부터 신모델용 패널까지 모두 생산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LTPS LCD 채택이 활발할 전망이다. 노치 디자인을 채택한 패널과 일반 패널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노치 기반 LCD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블 OLED와 디자인 차이가 크지 않고 패널 가격이 저렴한데다 특정 패널사 기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등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시에 IHS마킷 시니어디렉터는 “LTPS LCD가 플렉시블 OLED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여러 패널사가 공급해 가격 협상에도 유리한 장점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더 공격적으로 LTPS LCD 채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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