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가 최근 전자신문 주관으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연사로 나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산업 현황과 비전을 소개했다. 정보통신미래모임은 정보통신 분야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럼이다. 주요 이슈를 진단하고 향후 방향성을 가늠한다. 모임은 1996년 발족했다.
이날 강 부사장은 모임 회원을 대상으로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형 프리미엄 TV 분야에선 OLED가 우수성을 인정받아 액정표시장치(LCD) 점유율을 크게 앞질렀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형 분야에선 세계 주요 스마트폰 업계가 LCD 대신 OLED 채용을 시작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미래에는 모든 사물에 OLED가 탑재되는 진정한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OLED 디스플레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중요한 전자부품”이라고 강조했다.
◇OLED, 2000~3000달러 프리미엄 TV 시장 독주
TV용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양산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현재 시중에 나온 OLED TV는 모두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매해서 완성품으로 생산한 것이다.
강 부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인용해 55인치(2000달러 이상), 65인치(3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가 LCD를 누르고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북미 65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OLED TV는 84% 점유율을 기록하며 16% 점유율의 LCD를 크게 앞질렀다. 55인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무려 93%에 육박했다. 유럽과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GFK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유럽 프리미엄 65인치, 55인치 TV 시장에서 OLED는 각각 54%, 71%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은 이 수치가 60%(65인치), 66%(55인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NPD와 GFK는 소매 시장 판매 데이터를 근간으로 자료를 발간하기 때문에 실 수치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자료의 또 다른 의미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LCD TV 시장 1위 사업자다. 그러나 이 자료에 따르면 2000달러, 3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OLED 패널을 탑재한 주요 경쟁사에 1등 자리를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흐름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은 과거 OLED TV 패널 양산성을 검증하고 시제품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이 없다'는 판단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프리미엄 TV 시장이 잠식당하자 '포스트 LCD' 디스플레이 기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슈머리포트 평가서도 OLED의 압도적 우세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월간지 컨슈머리포트는 작년 8월 OLED와 LCD TV의 화질 등을 비교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OLED 패널을 탑재한 LG전자, 소니 제품이 1∼8위 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CD TV는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11위에 랭크됐다.
강 부사장은 “보통 후발사가 시장에 진입할 때는 아랫 단계(보급형) 제품부터 치고 들어오지 위쪽(고급형)을 먼저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주요 선진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이 LCD TV를 누른 것은 이처럼 화질과 디자인 경쟁력에서 확고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대형과 소형 OLED에 총 20조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2020년 대형 OLED TV 패널 생산량은 올해 280만대에서 650만대로 크게 늘어난다. 연간 전체 TV 시장 규모가 2억5000만대인점을 고려하면 650만대가 큰 숫자는 아니지만, 프리미엄 시장을 완전히 석권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전략이다. 소형 OLED 역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투명, 폴더블, 롤러블 등 OLED는 LCD에 비해 형태 변형이 자유롭고, 이 때문에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불리고 있다”면서 “향후 모든 사물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시기에는 OLED가 완전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