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자회사 채용 비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한국벤처투자 등 중진공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영진 견제 등 실질적 주주 역할은 전혀 할 수 없다.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 없이 책임만 지워지는 지배구조다. 이 때문에 투·융자, 판로확대에 따른 일관 지원 체계 수립 등 자회사와의 시너지 창출은 시도조차 힘들다. 신임 이상직 이사장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18일 중진공은 이상직 이사장 취임에 따라 기관 명칭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내건 '일자리 경제,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철학을 현장과 제일 가까이서 집행하는 정책자금 지원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중진공을 통해 집행되는 자금은 연 4조원 규모다. 중기부 전체 예산 8조86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 포함된 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상당수도 중진공이 운용하는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이하 중진기금)을 통해 집행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위한 중진공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는 구조는 정작 갖추지 못했다. 한국벤처투자,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중진공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사업 추진도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 공급 방식이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모태펀드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2016년말 기준으로 모태펀드에서 중진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벤처투자 재원 대부분이 중진공이 운용하는 중진기금에서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중진공은 피투자 기업에 대한 정보 조차 확인할 수 없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진공과 한국벤처투자가 함께 융자와 투자 사업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기관 간 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각 기관 마다 담당 부서가 다르다 보니 좋은 성과는 부처 몫으로, 사업 부실에 따른 책임은 자회사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불거진 중기부의 사장 해임 개입 의혹도 중진공 등 공공기관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홈앤쇼핑은 중진공이 전액 출자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2대 주주다. 하지만 중진공은 이 과정에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
한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불거진 정부 개입 의혹도 결국엔 감사부터 정책 결정까지 중앙부처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고 방식에 원인이 있다”며 “청에서 부로 승격된 만큼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재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와 관리 주체가 이원화된 구조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의 효율적 관리·운영이 어렵다”며 “사업 성과와 부실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중진공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