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개정 상법 D-150…재계 '정관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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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재계가 대대적으로 정관을 정비하고 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신규 임명 등을 위해 재계 전체가 연이어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2차 상법 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조항에 대응하기 위한 이사회 재편은 재계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개정 전 마지막 정기 주총…감사위원 선임부터 정관까지 '막판 손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이달 이사회를 소집해 정기주총 소집을 결의하고, 주총 일정을 공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총을 앞두고 있는 주요 대기업은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의안으로 포함했다.

현재까지 현대모비스(3월17일),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S(3월18일), 호텔신라·LG디스플레이·한화오션(3월19일), 삼성중공업·LG에너지솔루션·기아(3월20일), LG전자(3월23일), 셀트리온(3월24일), 현대글로비스(3월26일) 등이 정기 주총 공고를 마쳤다. 아직까지 정기 주총 공고를 알리지 않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도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 개정안의 영향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 제도 도입 △감사위원 선·해임 시 3%룰 강화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지난해 9월 개정된 2차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인원 상향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정관 배제 금지 등을 각각 담고 있다. 항목별로 7월부터 내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기업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에 대한 3% 의결권 제한이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행 상법상으로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는 개별 의결권의 3%만 제한이 적용된다. 하지만, 7월부터 1차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선·해임 시 3%룰 강화 룰이 즉각 적용된다.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총이 각 기업이 주체적으로 제도 시행 이전 정관에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감사위원회 제도를 선택한 상장사에는 모두 적용된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까지도 정관 개정을 주총 안건에 담는 이유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선임도 마찬가지다. 2차 상법 개정에서 감사위원 중 2인 이상을 분리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월 10일 시행이다. 정관에 감사위원 분리선임 조항을 포함하는 동시에 추가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다음달 정기 주총을 실시하는 상장사가 일제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주요 안건으로 담고 있다.

◇더 센 상법 온다…집중투표제·자사주 소각 대응 분주

집중투표제에 대한 대비도 정기 주총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업은 이사의 총 수를 줄이거나 임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8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이사진의 임기 만료 시한을 기존 '3년 고정'에서 '3년 초과 금지(3년 이내)'로 조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담았다. 삼성SDS 역시 3년으로 고정된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유연화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한화오션은 기존 2년으로 규정된 이사회 임기 한도를 3년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특정 시점에 여러 임원의 임기가 일제히 도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사회 총원을 조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12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정원을 9인으로 축소하는 안건을 정기주총에 상정했다. 상법에서 규정한 독립이사 비율 충족은 물론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동시에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면 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도 3표를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행동주의펀드가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뒤 의결권을 모아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사회 임기를 조정하는 기업은 특정 시점에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에는 전체 사외이사 6명 가운데 2명, 내후년에는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내후년 임기가 만료되는 4명 가운데 3명은 이미 연임을 한 만큼 재선임도 불가능하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50대 그룹 사외이사 1235명 가운데 44%인 543명이 상반기 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열릴 3월 주총에서만도 100명 이상이 자동 교체될 전망이다. 실제 아직 정기주총 공고를 실시하지 않은 코웨이와 한화 등도 올해 또는 내년 중 대규모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3차 상법이라는 더 센 숙제가 남았다며 긴장하고 있다. 주총 공고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최종 입법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 지 살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상법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상법의 취지는 살릴 수 있으면서도 기업 경영에는 부담이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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