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곤욕을 치른 재계는 또 다시 마주한 전직 대통령 리스크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혐의가 따르는 기업은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칫 경영 차질과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개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당시 경험을 보면 연루된 모든 기업의 의사 결정이 중단됐다”면서 “MB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검찰 조사 대응 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삼성그룹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자수서를 제출한 이후 검찰 수사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검찰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기업이라고 내부 결론을 내렸다. 이와 연관된 재계 활동 또한 '뇌물죄'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과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에 이어 다스 관련 혐의가 제기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관련 비리와 도곡동 땅 매입 관련 의혹에 얽혀 있다. 정민우 전 포스코 대외협력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포스코가 MB 자원외교의 핵심에 있다”면서 “13조원에 달했던 포스코 유동 자금이 정준양 회장 임기 말인 2013년엔 1조5000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자원개발에 실패했지만 의혹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특혜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 구속된 신동빈 회장 부재 상황에서 감사원이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행정협의조정', '롯데가 부담할 시설·장비 보완비용 추정 및 합의사항 이행' 등 2건에 대해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 조사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상 대응체제를 가동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스 소송비 대납 등 관련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현대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이 제기한 “(현대건설이) 다스 공장도 지어줬다”는 주장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금융권도 인사청탁 혐의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사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이 관련 의혹을 차단하고 나섰지만 검찰 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재계는 검찰 조사가 확대되면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