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보브반도체가 유럽 최대 가전업체에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공급한다. 5년 동안 5000만개에 이르는 큰 규모다. 세계 MCU 시장은 미국, 일본, 유럽 업체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이들을 따돌리고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세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실적 확대는 물론 앞으로 판로 확대가 예상된다.
어보브반도체는 유럽 소재 글로벌 대형 가전업체 헬스케어 사업부에 연간 MCU 1000만개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5년 장기 공급이다.
이 계약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보브반도체 제품이 안정성, 기술력, 가격 모든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들을 누르고 계약을 따냈다.
어보브반도체 MCU는 유럽 가전사의 신형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 특정 모델에 전량 탑재될 예정이다.
공급되는 MCU 모델은 8비트 범용 제품과 함께 새롭게 개발한 32비트 MCU인 'G1 시리즈'가 포함돼 있다. 8비트 MCU는 기기 구동 알고리즘과 상태 표시, 발광다이오드(LED)와 DC 모터 구동 등 주요 기능을 제어한다. 32비트 MCU는 고성능 메인 컨트롤러로 고객사 가전제품의 중요 기능을 제어한다.
어보브반도체는 2006년부터 중소형 가전제품에 특화된 8비트 MCU칩을 개발, 양산하고 있다. 2015년부터 32비트 MCU를 개발해 왔고, 지난해 초 G1 시리즈 MCU를 다수 상용화했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품질 검증이 까다로운 유럽 최대 가전제품 회사의 헬스케어 사업부로 제품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국내와 중국 시장에 국한돼 온 MCU칩 고객사를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유럽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잠재된 제2, 제3의 해외 대형가전 고객사 대상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글로벌 MCU 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보브반도체는 MCU칩 전문 팹리스 업체다. 2006년 1월 매그나칩반도체(옛 하이닉스반도체 시스템반도체사업부, LG반도체 전신) 중앙처리장치(CPU) 사업 부문이 독립해 설립됐다. 코스닥 시장에는 2009년 6월에 상장됐다. 가전제품, TV, 모바일 기기용 MCU 등 400여종의 전자제품에 어보브반도체 MCU가 탑재돼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058억원, 영업이익은 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4% 늘어났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