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연연 비정규직 전환, 연구소 특성에 맞게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출연연 안팎이 시끄럽다.

전국공공연구노조(전공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하다”며 정부와 출연연을 싸잡아 비난했다. 출연연은 전환 대상을 축소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방관해 정규직 전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초 정부는 정규직 전환 마무리 시점을 지난해 12월에서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기했다. 또다시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까지 전환 계획을 수립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은 25곳 가운데 11곳에 불과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총알받이가 됐다. IBS는 이름 그대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곳이다. 세계 최고 석학을 단장으로 초빙해서 연구단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한다. 단장과 부단장을 제외한 연구원은 대부분 5년 계약직이다. 연구단 자체가 연구를 마치면 언제든 해체해야 하는 임시 조직이다. 연구 인력도 탄력 있게 운영해야 한다. 우수 연구원이 원할 경우 '영년직'으로 바꿀 수 있다.

전공노는 이런 운영 방침조차 문제 삼았다. 출연연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특성도 서로 다르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똑같이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아무리 노조라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최근 만난 한 출연연 기관장은 “노조가 하나의 잣대로만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관된 기준은 편리하지만 위험하다.

최근 출연연을 연구목적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는 9월이면 시행된다. 차제에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원론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도 더 이상은 기타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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