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LCD·OLED 모두 찬바람...상반기 실적 빨간불 켜진 패널 쌍두마차

최근 디스플레이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상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양사 모두 상반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매 분기 1조원 중반대, LG디스플레이가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하락하는 셈이다.

양사는 지난해 중소형과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달성했고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고공행진으로 나란히 최고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LCD 가격이 지속 하락했고 애플이 급작스럽게 OLED 패널 주문량을 줄이면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고객사 다변화와 대형 패널 사업 확대,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수율 안정과 LCD 사업 부가가치 확대가 올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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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가격 하락, 애플 주문량 감소…악재 겹쳐

지난해 중순부터 LCD 거래 가격이 하락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2분기 8040억원, 3분기 5860억원, 4분기 450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 LCD 가격 하락세가 소폭 둔화했고 하반기 반등도 예상됐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동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세계 TV 구매 수요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미 성장이 둔화한 시장인 만큼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 BOE가 10.5세대 LCD 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공급과잉 걱정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비중이 줄어든 LCD 사업이 올 상반기 중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LCD 매출이 분기별 2조원대 중후반을 유지했고 올해는 이와 비슷하거나 1조원 후반대로 줄어들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폭이 커져 분기 적자 전환하거나 500억~1000억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51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1000억원대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를 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수요가 폭증해 공급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중소형 플렉시블 OLED는 애플이 갑작스럽게 주문량을 줄이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아이폰X 시장 반응이 기대 이하에 그쳐 일찌감치 단종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올 1분기와 2분기 주문량이 당초 예상치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견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장 올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 플렉시블 OLED 공급량이 증가해 매출이 3분기 8조원대에서 4분기에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9700억원에서 1조4000억원대를 달성했다.

그러나 애플용 패널 공급량이 줄어 올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에 못 미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상반기 총 영업이익이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LG디스플레이보다 더 낮은 실적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올 하반기 애플의 OLED 탑재 모델이 2종으로 늘어나지만 전체 패널 물량은 아이폰X 1종과 유사한 수준에 머문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OLED 신모델 2종과 LCD 신모델 1종으로 총 3종의 아이폰이 출시되지만 패널 물량 비중은 OLED와 LCD가 5대 5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예측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렉시블 OLED를 원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많았지만 아이폰X이 플렉시블을 탑재하고도 평평한 스크린 디자인을 구현해 디자인 측면에서 고화질 LCD와 큰 차별점이 없었다”며 “이에 중국을 중심으로 리지드(경성) OLED에서 가격이 저렴한 고화질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로 수요가 몰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와 플렉시블 OLED 라인 모두 수요 감소로 가동률이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 자료에 따르면 리지드 OLE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A2 라인 가동률은 지난 1월 50%로 떨어졌다.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는 A3 라인은 지난해 10월과 11월 100%까지 치솟았으나 12월 70%대, 1월 60%대로 떨어졌고 2월에는 40% 중반까지 떨어졌다.

OLED 아이폰의 부진은 잠재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OLED 패널을 소량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체 구매 물량이 줄어들면 공급량이 더 감소할 수 있고 당초 목표한 2020년 기대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쟁사보다 생산능력이 적고 수율 안정이 덜 된 후발주자여서 앞으로 상황 변화를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

애플의 주문량 감소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역성장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할 E6 추가 투자를 일시 보류하기도 했다. 당초 E5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E6 투자가 보류되면서 E5 투자 가능성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신공장 A5 투자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패널사 한 관계자는 “애플뿐만 아니라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줄어들어 플렉시블 OLED 수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설비 투자에 십수조원이 드는 만큼 플렉시블 OLED 성장 곡선이 예상보다 완만해지는 상황을 감안해 투자 일정과 규모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커진 감가상각비는 향후 이익에 부담

지난해보다 커진 감가상각비도 패널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규모 설비를 투자해 가동을 시작한 만큼 향후 수년간 감가상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LCD 업황이 회복되지 않았고 중소형 OLED 시장 분위기가 위축돼 양사 모두 수익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어서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A3에 약 월 13만5000장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투자했다. LG디스플레이도 E5와 E6에 총 월 3만장 규모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갖췄고 최근에는 중국 광저우에 8세대 OLED 투자도 시작했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감가상각 규모가 5조~7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감가상각비는 2조원에 못 미쳤으나 작년에 전체 라인 가동을 시작해 감가상각 규모가 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매년 4조5000억~5조원가량 감가상각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SK증권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감가상각 규모가 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예년보다 감가상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16년과 2017년 감가상각 규모는 2조원 중후반대에서 3조원 초반대였으나 올해 3조원 후반대, 2019년 4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향후 중소형과 대형 OLED 실적이 증가해도 감가상각이 커져 영업이익 성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중소형과 대형에 동시 투자하는 만큼 감가상각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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