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 추진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의지에도 국회가 반대하는 만큼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결과보고서(통신정책 분야 주요 감사 실시 내용)에 따르면 국회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찬성 없이 신중론 또는 반대 입장만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편요금제와 관련 보고서에는 부분 찬성 또는 동의 의견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이동통신 요금인가제에 대해 찬·반 양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시해 추후 논의 과제로 남긴 것과 대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는 영업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으며,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또 인위 규제보다 건전한 경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 및 전파사용료 등을 포함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에 지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고, 보편요금제 추진 시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보다 알뜰폰 위주로 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보편요금제가 지닌 위헌성과 알뜰폰 시장에 미칠 파장에 우려 등을 망라하고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동시에 경쟁활성화와 비용 절감을 통한 간접 인하 등 대안을 제안했다.
국감 보고서는 국감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해서 정리하는 공식 문서다. 여야 검증 이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친 최종 기록이자 국회 공식 의견이다.
국회 관계자는 “보고서에 보편요금제에 대한 반대와 우려만 적시하고 찬성 의견이 전무했다는 건 여야 의원 모두 보편요금제 추진에 적극성이 보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의 부정 분위기를 감안하면 입법이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에서 국회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보편요금제 법률(안)이 한 건 계류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국감 이후 임시국회에서도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원은 없었다.
국회 일정도 변수다. 국회는 6월 지방선거와 20대 하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있다. 여야 간사와 위원장 등 과방위 의원진 전면 교체가 예상되며, 논의가 연속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구성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로 일단 보편요금제 논의를 이관하면서 국회의 관심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향후 일정을 고려해도 적극 추진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가 제시한 '통신정책 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 사항'은 △단말기자급제 사전 영향 분석 △알뜰폰 지원 △불법지원금 등 시장감시 강화 △유심(USIM) 비용 현실화 등 10건으로, 보편요금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