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0년 철옹성 문 여는 금융권, API 개방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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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앞다퉈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한다.

한국판 웰스파고 은행 모델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고객 90%이상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송금, 결제, 환전 등 은행 고유 텃밭에 스타트업 기업이 대거 뛰어들면서 사업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자 아예 은행은 보유한 API를 개방해 경쟁대신 유망기술을 내재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 이상 은행만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시중은행, API대거 개방

API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명령어 묶음이다. 기업은 은행이 보유한 다양한 API를 활용해 핀테크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은행이 API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면, 이를 기업이 별도 금융서비스로 만들거나 애플리케이션(앱)을 상용화한다.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대신 은행은 API 제공 댓가로 별도 수수료 등을 받는다.

국내에서 오픈 API를 최초로 공개한 곳은 NH농협은행이다. 타은행 대비 프로세스와 규모면에서도 앞서 있다. 개방한 API수만 100개가 넘는다.

2015년 국내 최초로 NH핀테크 오픈플랫폼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API를 사업화하는 핀테크혁신센터와 NH핀테크 클라우드존을 구축했다. 아울러 은행 첫 '핀테크 기업 정보보호·보안 가이드기준'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금융API 이용 기업에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P2P대출 중개플랫폼 전용 '자금관리 API'를 출시, 유관 기업을 대거 흡수했다. 농협과 API를 통해 제휴한 기업만 18개. 이용실적은 월 550억원에 달한다. 향후 크라우드펀딩, 송금결제 등으로 API사업을 확장한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개방형 금융플랫폼을 구축, API를 개방했다.

금융상품·서비스를 세분화하고 비즈니스에 적합한 서비스 단위로 패키지화해, 기업 고유의 서비스와 금융의 융합이 보다 다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기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지 테스트베드에 접속해 유연한 테스트 환경과 최적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KEB하나은행의 API를 활용한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다.

기업은 상담을 통해 자사에 필요한 API를 분석, 개발 요청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환경의 테스트베드를 활용 서비스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API 1호로 중국현지에서 위안화로 국내대학 등록금의 납부를 가능하게 하는 '유학생등록금 수납서비스'를 선보인다.

이후 사이버환전, 1Q오토론, 금융정보조회, 영업점 찾기 등으로 API 연계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 특히 하나은행 700개 이상의 국내 영업점과 ATM 위치를 검색해 찾을 수 있는 지도기반 위치검색 서비스를 API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오픈 플랫폼을 통해 이용기업별 특화 API 및 서비스의 공동분석·개발이 가능해졌다”며 “아이디어를 보다 빠르게 비즈니스로 실현해 핀테크와 금융사가 윈윈하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위비톡 API 추진, 신한은 API TF출범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 금융플랫폼 위비톡 3.0 버전을 출시한다. 이 프로젝트에 위비톡 오픈 API를 연동키로 했다.

다른 앱에서도 위비톡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실력 있는 외부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기회가 열리고, 고객들은 더 풍성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톡 메신저 기능에 대한 오픈 API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기업과 협력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위비톡 메시지 송수신 API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에도 '위비플랫폼'을 적용하며 현지 소매금융 공략도 추진 중이다. 국내 은행 최다인 25개국 281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위비뱅크'를 개발해 기존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 지주 차원에서 오픈 API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 1월, API관련 테스크포스(TFT)를 꾸리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상반기중 TF를 가동, 오는 7월 플랫폼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금융그룹 계열사 융합서비스에도 API 확대

KB금융지주는 API를 기업 융합 뿐 아니라 계열사간 서비스에도 대폭 활용한다.

KB금융은 스타트업 샌드버드, 해빗팩토리, 플라이하이, 원투씨엠 등 유망 핀테크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대거 접목하고 직접 투자와 코스닥 기업공개(IPO)까지 지원한다.

그간 금융사는 업권별로 경쟁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외부 혁신 기술을 채택하거나 내부 기술을 외부에 공급하는데 인색했다. 하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디지털 채널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해외는 금융사와 스타트업 기업이 합종연횡을 통해 아마존, 구글 등 테크기업과 경쟁에 돌입했다.

통합 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에게 API형태로 공개하고, 모든 기업이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하거나 은행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KB증권과 KB생명보험이 스타트업 플라이하이(대표 김기영)가 개발한 신분증 본인확인 서비스(옴니 체크)를 내재화했다. KB손해보험은 모바일증명서 발급서비스(옴니 독)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옴니 체크는 강력한 보안기술을 적용한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다. 각종 신분증을 비대면으로 정확하고 안전하게 검증한다. 직접 통신 기술을 적용해 장애가 적다. 별도 장비나 인증서 교체 없이 주민등록증부터 운전면허증, 등기부 등본 등 각종 신분증과 제출 서류 진위여부를 판별한다. 카카오뱅크도 해당 모듈을 사용 중이다.

스타트업 원투씨엠(대표 한정균)과는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 관리프로그램을 만드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회사의 스마트스템프 '에코스템프'를 적용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향후 협력서비스를 확대한다. 뿐만 아니라 KB국민카드와 손잡고 해외 간편결제서비스 기업과 국내 카드를 연계하는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해빗팩토리가 보유한 선불폰 잔액 확인 서비스는 KB리브 캄보디아 앱에 적용했다.

해외파 스타트업 샌드버드(대표 김동신)는 KB글로벌 디지털 뱅크 내 메시징 솔루션과 국민은행 리브 똑똑 메시징 솔루션을 잇단 공급했다.

KB금융은 고객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내〃외부 융복합 서비스와 핀테크 기술 및 아이디어의 확장적 연계가 가능한 오픈AP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조회 서비스를 시작으로 고객이 다양한 계열사 상품을 원스톱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