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후 글로벌 통상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 최종 결정 전까지 자국 이익을 지키고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기 위한 글로벌 공동 대응 움직임도 현실화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미국 대(對) 전 세계로 전선이 확대됐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5일(이하 현지시간) “무역전쟁의 첫 도미노 패가 넘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회원국에 협상을 통한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가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전 세계를 깊은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전쟁을 촉발한 미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에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각국 반발은 계속 거세졌다. 유럽연합(EU)은 이에 상응한 보복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무역전쟁은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싸움이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양공 전략으로 설득에 나섰다.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은 “통상은 '윈윈'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상대방이 수천 개 유럽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하면 우리는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서 수입되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미국산 위스키,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내비쳐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나홀로' 무역전선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안관 기자들에게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결정을 놓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역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친구든, 적이든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속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했다. “공정한 나프타가 체결되면 (철강)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는 조건부론으로 나프타 재협상 수위를 높였다. 향후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도 이 같은 압박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U는 7일 집행위 회의에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식 논의한다. 시나스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에 의해 발표된 조치가 EU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구체화하면 EU는 WTO 규칙에 따라 단호하고 적절하고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U 차원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가 WTO 틀 안에서 균형 잡힌 방식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관세는 명백한 WTO 규정 위반으로, 보호무역주의는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캐나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5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7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종료 후 “캐나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부과된다면, 캐나다는 우리의 무역 이익과 우리의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제 연합 대응도 시사했다. 프릴랜드 장관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 한국, EU와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