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60>세이프가드

요즘 경제 관련 뉴스를 보면 '세이프가드(safeguard)'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세탁기나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세이프가드는 '세이프(safe)'와 '가드(guard)'의 합친 말로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의미입니다. 통상 분야에서는 '긴급수입제한조치'로 불립니다. 이 조치는 자국의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경우, '자국 산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생긴 제도입니다.

Q:미국 정부는 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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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A:세이프가드는 원칙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외국에서 어떤 상품이 너무 비싸게 들어와 자국민이 피해를 입거나 그 나라 국산품이 안 팔리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죠. 이때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합니다. 수입품 수량을 줄이거나 관세 등으로 불리한 조건을 줘 상대적으로 국산품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발동한 세이프가드는 관세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세탁기 120만대까지는 20% 관세를 매기고,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합니다. 이렇게 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세탁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시장에서 불리합니다. 미국 세탁기 업체는 자국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돼 가격졍쟁력을 확보합니다.

태양광 셀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은 연 2.5기가와트(GW)로 정했습니다. 이를 초과하면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 관세를 물립니다. 태양광 모듈은 전 수입 물량에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Q: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국제사회 반응은 어떤가요?

A:통상 전문가와 국제사회는 트럼프 정부가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발 세계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행보는 이례적입니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건 2002년 이후 16년 만입니다. 세탁기, 태양광 패널, 철강 등 전방위로 '관세 폭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최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원국 간 무역 전쟁 가능성이 위험 수준”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미국이 과거 세계 무역에 대해 품었던 '건설적인 기상'이 그립다”면서 미국의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국제사회 반발도 확산 추세입니다. 중국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최근의 무역 관련 조치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 어젠다'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은 당장 반발하며 구체적인 보복 수단까지 언급했습니다. 관영 매체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은 미국 국채 매입 중단, 중국 내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덤핑 조사, 벌금 부과 등 맞불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무역확장법 보고서와 관련해 대응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하는 등 무역 전쟁의 확전 추세도 감지됩니다.

Q: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우리나라 제품을 겨냥한 것인가요?

A: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제품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국산을 특정해 수입을 제한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의 90%가 우리나라 제품이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세탁기, 철강 등 미국의 잇따른 통상압력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규범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WTO 제소가 오히려 미국 제조업 전반으로 무역 보복 조치를 확산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합니다.

Q:우리나라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사례가 있나요?

A:있습니다. 중국산 마늘이 헐값으로 수입돼 국내 마늘 농가 피해가 우려되자 정부는 2000년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최고 315%로 올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경제 보복을 단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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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1월 24일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해 미측에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석탄회관에서 열린 '美 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에서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왼쪽)이 발언하는 모습.

Q: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국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도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있나요?

A: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다양한 무역 제한 조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 피해를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최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도 통상 압박이 가해질지 주목됩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비상입니다. 미국 통상 압력에 대한 대응 수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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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무역규범 동향 분석 보고서, 비피기술거래 지음, 비티타임즈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아래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을 제언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등 세계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생물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국가 간 공유하도록 한 '나고야 의정서', 중국의 '자유무역시범구' 확장 등 주요 현안을 다룬다.

무역 규범 이슈를 크게 네 갈래로 나눴다. 주제 별 정의, 현황, 사례, 규범,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방안 등을 실었다. 무역 규범은 국가 별 동향에 따라 변한다. 이런 흐름을 최대한 빨리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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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체제와 주요국의 세이프가드제도, 신유균 지음, 두남

세이프가드 제도의 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협약, 주요국의 세이프가드 제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세이프가드 제도와 발전방향 등을 상세히 담았다. WTO 섬유·의류에 관한 협약상의 세이프가드 제도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농·임축산물 특별 긴급관세제도도 별도 항목으로 정리했다. WTO체제와 세이프가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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