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오후 5시30분 퇴근...재계 확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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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오후 5시30분 퇴근'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부 차원의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조치다. 재계 최초다.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 오후 5시대 업무 종료를 선언한 것은 대기업 가운데 LG전자가 처음이다. 국내 산업계에 뿌리 깊은 '업무 시간=생산성' 공식을 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이달부터 전 생산직에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기존의 일부 생산 라인에서만 도입하던 주 52시간 근무를 확대 도입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사무직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시범 도입했다. 전 조직에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서는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5시 30분 퇴근이 정례화됐다. 단 사업장에 따라서 근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등 출·퇴근 시간에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출·퇴근 시간 외 근무 시간에서 개인 일과로 사용한 시간은 근로자가 별도 입력하도록 했다.

사무직과 생산직 간 최대 근무 시간 가이드라인이 다른 까닭은 생산 계획에 맞춰 생산 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환경 때문이다. 추가 근로가 불가피한 생산직 특성을 고려,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0시간 근무와 주 12시간 연장 근무를 적용했다. 사무직은 연장 근무 없는 주 40시간 근무 정착을 목표로 한다.

LG전자의 조치는 정부의 근로 시간 단축 시책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주간 근로 시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7월부터 주당 법정 최대 근로 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 근로자는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 없다. 달라지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 적용된다. LG전자가 근로 시간 단축을 시범 도입, 업무 효율화 방안을 찾는 까닭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평소 업무 효율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시간 내 업무 효율성을 높여 업무 시간 내 일을 마치고, 불필요한 야근은 줄이자는 것이다.

LG전자를 시작으로 새로운 근로 시간 도입은 LG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 이후 다른 LG 그룹 내 계열사도 근로 시간 조정에 순차로 나서기로 했다”면서 “이는 다른 그룹사·협력업체의 근무 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LG전자는 '가정의 날' '팀장 없는 날' 등 제도를 운영하며 일부분 근무 시간 단축 시험을 해 왔다.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정의 날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 정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팀장 없는 날에는 한 달에 하루 팀장 없이 팀원들끼리 자유롭게 근무한다.

지난해 3월부터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월요일 회의 준비로 주말에 출근하는 관습을 없애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 시간 단축을 강조해 왔다. 근로 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재계에서도 근로 시간 단축 대비에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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