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0대 남성이 자신의 옷과 가방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 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을 이용해 수도권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숙소의 집주인이 화재경보기에 카메라를 숨겨 놓고 숙박객을 몰래 촬영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이렇게 촬영된 불법 영상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웹하드, 개인간공유(P2P) 등에 넘쳐난다. 공개되면 안 될 민감한 개인 영상이 유출돼 정신 고통으로 정상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전문업체에 고액의 돈을 주고 해당 영상을 찾아 지우기를 반복해도 결코 영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업체가 영상을 보관하다가 역으로 의뢰인을 협박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범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몰래카메라처럼 '몰래'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놓고' 촬영하는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도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내포한다. 몰래카메라와 달리 CCTV에 대한 여론은 다소 좋다. CCTV 유용성 때문이다. 범죄 예방은 물론 심리 불안 제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된다. '왜 주민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했느냐'보다는 '왜 우리 동네에는 CCTV를 설치해 주지 않느냐'는 민원이 압도한다. CCTV에 대해 우호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버스 자살폭탄 테러로 사상자 700여명이 발생한 이후 CCTV 설치가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현재 약 600만대 이상의 CCTV가 설치됐다. 우리나라 역시 CCTV가 1000만대 이상 설치·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CCTV의 유용성에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개인 영상 정보에 대한 정보 주체 통제가 사실상 곤란하다는 점이다.
몰래카메라와 CCTV는 본질부터 다르다. 개인 영상 정보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고민이 동일하다. 현행법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CCTV, 고정형 CCTV에 대해 단 하나의 조문만을 규정한다. 몰래카메라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휴대폰 등에 장착된 카메라의 성능은 갈수록 좋아진다. 수천만대 자동차 블랙박스가 존재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단 하나의 조문으로 이러한 사회 현상을 규율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고정형 CCTV를 제외한 스파이 카메라, 액션 카메라, 블랙박스, 휴대폰 카메라 등을 규율하는 법은 아예 없다. 촬영된 개인 영상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돼 개인 명예를 훼손하거나 음란성이 있는 때에는 사후에 이를 규제하는 법령이 존재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
촬영 단계 또는 촬영 도구에 대한 통제 단계부터 이를 규제하는 체계화된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 일반 카메라와 몰래카메라가 처음부터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방법에 따라 일반 카메라가 몰래카메라로 변질될 수 있다. 타인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할 수 있는 외형이나 기술을 탑재한 카메라는 언제든 몰래카메라로 둔갑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카메라 제작, 판매, 구입 단계부터 체계를 갖춘 규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기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을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영상 정보는 다른 개인 정보와 달리 정보 수집 과정이 '촬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일이 정보 주체에게 고지하거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기술상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 정보 처리에 관한 법이어서 개인 정보 수집 도구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영상 정보의 본질이 개인 정보 수집 도구인 카메라의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이러한 것을 모두 담는 것은 부적절하다.
CCTV의 유용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몰래카메라를 차단하는 근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해법을 체계화해서 담아낸 법안이 조속히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m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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