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교육환경 혁신을 불러일으킬 '에듀테크' 솔루션을 속속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혁신 수요를 겨냥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정보기술(IT) 시장을 넘어 세계 교육시장 장악을 위해 무료 애플리케이션 전략까지 과감하게 펼친다. 하지만 국내 에듀테크 산업과 시장은 이러닝 서비스 수준의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교육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동안 국내는 여전히 입시 위주 교육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교육 혁신 격차가 향후 국가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급성장=미국 GIA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연계된 에듀테크 시장은 2011년 796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15년 1273억달러(약 137조원)로 성장했다. 또 2022년에는 2415억달러(약 26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대로 성장한다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에듀테크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2.4%에 달한다.
과거 에듀테크는 동영상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이러닝 서비스 중심이었다. 최근 에듀테크 시장은 메이커 교육과 교육 클라우드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닝은 도서지역 학생들도 도시 학생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시청각 자료로 몰입도를 증가시키는 역할도 했다. 최근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교육방향이 바뀌면서 메이커 교육과 교육 클라우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에듀테크가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라 교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학생이 상상력을 동원해 직접 만들어보도록 하는 메이커 교육에는 코딩, 아두이노, 3D 프린터 등이 동원된다. 학생 스스로 정보를 찾고 협업할 수 있는 교육 클라우드도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구글, MS, HP 등 글로벌 기업들 혁신 경쟁=구글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교육박람회 BETT쇼에서 지난해 에듀테크 분야 실적을 공개했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25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크롬북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용 G스위트(Suite) 사용자도 8000만명 이상이고 구글 클래스룸 사용자도 3000만명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미국 K-12(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교 교육시장의 60%를 점유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 1년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구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학교 관리 솔루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구글은 'G스위트 엔터프라이즈 포 에듀케이션'을 발표했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찾고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구글 행아웃을 활용해 학부모·학생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 등을 담고 있다.
구글 뿐만 아니라 기업용 경영정보시스템(MIS) 기업들도 학교관리 솔루션을 통해 에듀테크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HP, 캐피타(CAPITA), 브롬컴(BROMCOM) 등이 학교용 MIS로 에듀테크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MS는 메이커 교육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마인크래프트 게임 교육용 버전까지 인수한 MS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메이커 교육 솔루션을 선보였다. 가상현실(VR)을 통해 실험실 환경을 구현해 학생들이 마음껏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혼합현실 교육 시뮬레이터도 공개했다. 로봇을 활용한 코딩 교육에도 나섰다. MS는 이미 오피스 365 에듀케이션을 무료로 전환하면서 다양한 학습도구들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산업은 걸음마…'공교육+에듀테크' 결합 절실=산업통상자원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이러닝) 산업규모는 총 3조4198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이 연평균 12% 성장하는 동안 국내 산업은 전년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는 넓은 범위의 에듀테크 중 이러닝이 대다수를 차지해 여전히 이러닝 산업으로 규모를 추산한다.
더욱 큰 문제는 기업들의 규모다. 이러닝 사업자 수는 총 1639개로 7.1% 감소했으며,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이 76.4%를 차지해 대부분 영세기업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사교육 영역이나 일부 정부 시범사업 수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래 학교 시범사업도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온라인대규모공개강의(MOOC)나 나노디그리 같은 정부 사업에서도 에듀테크 기업들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낼 여지가 없어 혁신을 감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공교육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을 위해 에듀테크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고 학습자 주도형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듀테크를 활용해야 한다”며 “서둘러 교육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교육전문가들과 에듀테크 전문가들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환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학교 현장에서 구글과 MS의 글로벌 전쟁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라면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혁명을 주창하고 있는 정부에서 이러한 풍경은 역설적인데, 에듀테크 트랜드에서 우리가 갈라파고스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