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지진 이후 규모 4.6 여진이 11일 새벽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했다. 인근 울산과 부산 지역은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됐다.
원자력발전소나 반도체공장 등 산업체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지진 대응에서는 긴급재난문자가 시스템 오류로 발생 7분 만에 발송돼 허점을 드러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5시 3분 3초 포항시 북구 북서쪽 5㎞ 지역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은 북위 36.08도, 동경 129.33도다. 지진 발생 깊이는 9㎞다.
기상청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의 여진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4.0대 여진은 본진이 일어난 날 오후 4시 49분에 발생한 규모 4.3 지진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본진 이후 가장 강한 여진이다.
기상청은 지진 계기 진도를 경북 Ⅴ, 울산 Ⅳ, 대구·경남 Ⅲ, 강원 Ⅱ로 분석했다. 기상청이 활용하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에 따르면 진도 Ⅴ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동을 느끼고 많은 사람이 잠을 깬다. 약간의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고 곳에 따라 회반죽에 금이 가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질 수 있다.
지진 직후인 오전 5시 38분 6초에 포항시 북구 북서쪽 7㎞ 지점에서 규모 2.1 여진이 한 차례 더 발생했다.
이날 오전 현재 포항 여진은 모두 84회로 늘었다. 이 가운데 2.0~3.0 미만이 76회, 3.0~4.0 미만 6회, 4.0~5.0 미만이 2회다.
3개월 만에 일어난 지진에 포항 시민은 황급히 대피했다. 집 밖으로 나와 운동장, 공터 등으로 이동했다. 중상자에 해당하는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와 국가기반시설도 지진의 피해를 비켜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업계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과 인접한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은 지진으로 LCD라인 가동이 잠깐 멈췄으나, 곧바로 가동을 재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장비가 멈추지만 바로 재가동돼 생산 차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포항과 멀리 떨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공장 등은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국 25개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연구용 원자로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지진의 영향으로 지진경보가 발생하거나 수동정지한 원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지진 발생 직후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처분 시설의 긴급 현장 안전점검을 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진앙지에서 42㎞ 거리에 있어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도 지진계측값(가속도)이 원전 지진경보 기준치(지표면 중력가속도의 100분의 1) 미만이었다.
통신사도 지직 직후 즉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서비스 3사는 지진 이후 네트워크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3사는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증가했지만 새벽시간대여서 네트워크에 무리를 가하는 수준이 아니며, 장애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 시설은 경미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철도와 항공 모두 정상 운영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포항역 역무실과 여객통로 천장마감재 일부가 탈락돼 즉시 정리됐다. 도로와 공항 활주로 등은 점검결과 피해가 없었다.
정부가 보내는 긴급재난문자가 지진 발생 후 약 7분 후에 늑장 발송돼 빈축을 샀다. 기상청은 지진 관측 약 55초만인 오전 5시 4분께 자동 추정 결과만을 반영해 규모 4.7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언론사와 유관기관에 속보를 전송했다. 이후 수동 분석을 통해 규모를 4.6으로 하향 조정해 오전 5시 8분께 다시 속보를 보냈다. 국민에게 직접 전송되는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관측 이후 6분 30여초 뒤인 오전 5시 10분에야 발송됐다.
기상청과 행안부는 재난문자 관련 시스템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진이 발생하자 “주민이 위험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지시를 내렸다.
이 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 소방청장 등 관계기관장은 지진 상황,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대응하고, 기상청장은 국민이 동요하지 않도록 지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공동취재 김인순, 문보경, 조정형, 배옥진, 박지성기자
규모 3.0 이상 여진 현황
[자료:기상청]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