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 IC 大亂 우려...곳곳 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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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세 가맹점에서 마그네틱카드 단말기를 IC카드로 전환, 설치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부 신용카드 집적회로(IC) 단말기 전환 사업에 혼선이 예상된다.

오는 7월에 IC 결제 의무화가 시행되지만 초대형 가맹점은 물론 셀프주유소, 자판기, 각종 키오스크 기기의 전환 속도가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이 속도라면 시행일인 7월 20일 IC 우선 결제의 불통 가능성이 점쳐진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IC 등록 단말기 설치는 71.1% 수준이다. 7월 말 기준 63.0%에서 5개월 동안 8.1%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 당국은 설치 실적이 아직 미진하지만 IC 전환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매주 밴(VAN)사별 설치 현황을 점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우선 초대형 가맹점의 IC 전환 이행 계획이 대부분 6월 말로 잡혀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은 IC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초대형 가맹점에 IC 전환 이행 계획 제출을 지시했다. 가능하면 상반기 내 IC 단말기 전환을 추진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러나 이들 대형 가맹점은 IC 전환 이행을 6월 말께로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무화 시점에만 맞춰서 진행하겠다는 답변이다. 이들 가맹점 관리 권한이 금융 당국에 없기 때문에 IC 전환을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셀프주유소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일부 주유소가 IC 단말기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와 상당수 셀프주유소에서는 마그네틱 결제기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하는 결제단말기가 대부분 주유기에 임베디드 형태고, 단말기도 밴사 등이 공급하지 않는다. 주유기 업체에서 별도로 공급한 단말기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IC 전환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투자비도 비싸다. 여기에 자판기와 연결된 키오스크 등도 여전히 마그네틱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카드 단말기 전환 시행 사업자인 밴업계도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전환 수치(성과)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얼마 전 밴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일반 가맹점은 3월 말까지 모든 IC 전환을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부 가이드라인 없이 밴사와 밴 대리점을 앞세워 할당량을 무조건 맞추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단말기 인증 기간도 뇌관으로 떠올랐다.

IC 단말기 보안 인증 기관은 단 두 곳이다. 현재 접수하는 데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초대형 가맹점 등이 별도 단말기를 인증 받아 현장에 설치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상당수가 아직 단말기 개발도 되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밴사 대표는 “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모든 밴사가 본 사업을 뒤로 하고 모든 인력이 IC 전환에 투입됐다”면서 “단말기 인증 등록이나 가맹점 계도도 모두 밴사에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은 6월 말까지 무리 없이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의무화 기간까지 전환하는 것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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