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작년 가을 아이폰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아이폰X' 수요가 부진하자 1분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X 1분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의 절반인 2000만대로 줄일 방침을 세웠다. 각종 부품 공급사에도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애플은 감산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아이폰X은 애플이 처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용한 야심작이다. 11만엔(약 107만원)을 넘는 고가에도 신기능은 얼굴인증 등에 그쳐 혁신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다.
100만원을 넘는 높은 가격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아이폰7 등으로 사용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런 모델은 1분기 계획대로 총 3000만대 생산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위 기종 아이폰X를 감산하는데 따른 영향을 단순 계산하면 당초 계획보다 소매 기준으로 2조엔(약 19조원) 규모가 줄어든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부품업체나 제조수탁회사에 대한 발주액도 수천억엔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부품 업체의 생산 체제에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아이폰용으로 공급하는 전자기판을 이달 초부터 휴일을 반납하고 증산했지만 최근 증산 폭을 축소하고 있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소니, 전자부품기판과 배터리를 각각 만드는 교세라와 TDK 등도 영향을 받는다.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삼성전자도 고수익 디스플레이 사업이 둔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낸드(NAND) 플래시메모리 스팟 가격은 2017년 10월 말부터 10% 하락했다. 경쟁적 증산에 아이폰X 감산이 더해져 향후 가격 하락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부품 업체 실적 영향은 현재는 한정적이지만 4월 이후에 본격화된다는 견해도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소니의 투자판단 하향으로 관련 주가가 떨어지는 등 아이폰X 감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나르시 창도 최근 고객에게 보낸 노트에서 아이폰X 1분기 생산량이 작년 4분기 대비 5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고 미국 CNBC가 보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