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 업무보고 첫 주제로 '소득주도 성장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선정했다.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는 18일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이 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무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첫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정 방향을 살펴본다.
◇'소득주도 성장' 위한 노동정책 추진
고용노동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3가지 과제를 집중 추진한다. 3가지 중점과제는 '노동시장 격차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원' '일터에서의 삶의 질 향상'이다.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 올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시급 7530원) 안착에 집중한다. 소상공인 대상 일자리 안정자금(236만명, 3조원),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두루누리) 확대, 건강보험료 50% 감면, 4대 보험료 세액 공제 등 사회보험 부담완화를 위한 보험료를 지원한다.
보험료 지원 대상을 일자리 안정자금과 마찬가지로 대폭 확대하고, 신규가입은 보험료 90%까지 지원한다. 다음 달부터 편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곳을 단속한다.
고용형태별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은 올해 공공기관 자회사 비정규직 등의 2단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장단기 로드맵을 마련한다.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공약달성을 위한 행보도 이어진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올해 인상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파악해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또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 부분은 국회와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일자리 안정자금 형태가 유지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 지원책은 어떤 형태로든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청년취업에 주안점을 둔다. 2021년까지 20대 후반 청년인구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3~4년간 청년취업을 집중지원한다. 청년구직촉진수당, 중소기업 청년추가고용장려금(2+1),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3대 청년 패키지 사업을 확대한다.
청년이 참여해 함께 일자리 대책을 만드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알바' 청년을 위해 소액 체당금제도에서 확정판결요건을 폐지한다. 체당금 지급 기간을 단축해 체불 발생 시 즉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삶의 질 제고를 위한 과제로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법안 통과를 최우선으로 추진한다.
신규채용인건비(1인당 월 최대 80만원) 지원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제조업종 중견기업)하고 장시간 근로 업종 근로감독을 강화한다.
재정지원을 통해 근로시간단축과 청년 신규채용을 연계한다. 휴일·휴가 사용 촉진 등 국민 휴식권을 보장한다. 전국 3곳에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을 신설해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보육시설 모델로 육성한다.
고용부는 정책과제 효과적 추진을 위해 근로감독 실효성 강화와 근로감독관 전문성 제고 등 근로감독행정을 혁신하고, 고용센터 재취업 지원 기능 강화, 현장노동청 운영에도 힘쓴다.
◇경제계, “급진적 노동정책 완급조절 필요”
고용부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동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경제계와의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경제계는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일부 정책의 완급조절을 요청했다. 근로시간단축 속도조절,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총액 조정으로 정책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노동계 쪽으로 치우쳤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입법을 통한 점진적 근로시간 단축 대신 청와대와 정부가 행정해석 폐기로 강행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 관련해서 산입범위를 실제 받은 임금 총액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수 의견으로 산입범위에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만 포함하는 내용을 낸 것과 대치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여당과 협의 자리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규제 개선, 근로시간 단축 등이 논의될 텐데, 국회가 여기에 더해 재계 건의도 입법화되도록 노력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정위가 가동되지 않았고 노동계 입장에서만 목소리가 나왔다”라며 “앞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인 주장으로 법제화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큰 방향에서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인력수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연착륙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