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지명에서 이름을 딴 소형 스포츠유틸리차량(SUV) '코나(KONA)'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지난해 6월 청바지에 '알로하 코나'라고 적힌 흰 티셔츠를 입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신차를 직접 발표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 부회장은 코나를 '젊은 생각을 지닌 소비자를 위한 자동차'라고 소개했다.
코나는 잔뜩 멋을 냈지만, 실용성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시승차는 개성 있는 디자인에 효율성을 강조한 디젤 모델이다. 주행성능과 연비를 체험하기 위해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약 300㎞ 구간을 달려봤다.
출시 반년이 흘렀지만 코나를 처음 봤을 때 강렬함은 여전했다. 코나는 기존 현대차 모델들의 장점이자 단점인 무난함 대신 뚜렷한 존재감을 선택했다. 디자인부터 기존 현대차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를 뚫고 나온 듯하다. 현대차는 코나의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로우 앤드 와이드 스탠스(Low & Wide Stance)로 정의했다. 낮고 넓은 차체 비율로 안정감을 강조했다는 의미다.
전면부 가장 큰 특징은 상·하단으로 분리한 컴포지트 램프다. 차체 위쪽 램프가 LED 주간주행등, 아랫쪽 램프가 전조등이다. 차체가 날렵해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야간 주행에선 헤드램프 위치가 낮아 시인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현대차는 코나를 통해 선보인 컴포지트 램프 디자인을 출시를 앞둔 신형 싼타페 등 다양한 SUV 제품군에 패밀리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톡톡 튀는 외관과 달리 실내는 차분한 모습이다. 곡선보단 직선을 많이 사용해 조작하려는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최근 현대차 신차 장착 비율을 늘려가고 있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한눈에 쉽게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 위쪽에 감춰졌던 컴바이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올라온다. 다양한 주행 관련 정보를 운전자 눈높이에 설치된 별도의 유리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시야 분산을 최소화하지만 유리판 굴곡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시인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실내 공간은 동급 소형 SUV 모델들과 비교해 넉넉한 편이다. 특히 뒷좌석도 성인이 앉기에 머리와 무릎 공간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전장이 4165㎜에 불과한 짧은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실내와 적재 공간 모두 만족스럽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디젤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0.6㎏·m로 1370㎏의 차체를 이끌기에 힘은 넉넉한 편이다. 변속기는 속도에 따라 재빠르게 기어를 바꿔나간다. 저속이나 고속 주행 모두 즉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변속 반응이 인상적이다.
진동과 소음은 디젤 엔진이 지닌 아킬레스건이다. 코나 디젤도 공회전이나 저속 주행 시 운전대나 페달, 시트로 살짝 진동이 올라오지만 불쾌한 정도는 아니다. 고속으로 진행할수록 진동이나 소음은 잘 억제된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한 설정이다. 덕분에 차고가 높은 SUV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코너를 안정감 있게 탈출한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직관적인 설정이나 좌우로 움직이면 유격이 다소 발생했다. 저속 주행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고속 주행에선 조작 정확도가 떨어졌다. 고속버스처럼 큰 차가 옆 차선을 지날 때면 차체가 출렁이는 느낌도 든다.
코나 시승 내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연비였다. 정속 주행을 하지 않아도 쉽게 공인 복합 연비인 ℓ당 16㎞보다 훌륭한 연비를 기록했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서울 도심에서도 꾸준히 ℓ당 15㎞ 이상이 나왔다. 고속도로에선 ℓ당 18㎞ 이상을 달릴 수 있었다.
코나 가격은 기본형 기준으로 가솔린 1895만원부터, 디젤 2090만원부터다. 시승차인 1.6 디젤 모던 테크 트림은 2420만원으로 동급 가솔린 트림보다 195만원을 더 내야 한다. 가격 대비 가치를 고려하면 코나는 20∼30대 젊은 층의 첫차로 괜찮은 선택지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