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저임금 인상' 암초 만난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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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유통업계가 '최저 임금 인상'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내수 경기 회복 전망에도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유통업계 전반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최저 임금 인상이다. 최저 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정부 공약에 따라 올해 최저 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다. 전년도 최저 임금 월 환산 기준 135만2230원과 비교했을 때 월 급여는 22만1540원 오른다. 여기에 각종 야근, 주휴, 연장수당 등을 포함하면 총 급여는 더욱 크게 상승한다.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비인 인건비만 오르다 보니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판매사원 등을 많이 쓰는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대부분 업종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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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점포

◇유통업계 '최저 임금 인상에 수익 악화' 우려=실제 지난달 체인스토어협회가 유통·제조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유통업계가 주목해야 할 핵심 이슈로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수익 악화'가 지목됐다.

최저 임금 인상 결정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여파를 묻는 질문에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대답이 28.8%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인건비 상승분에 맞춰 상품 원가를 상승할 것(26.3%) △〃편의점 가맹점주 등 영업 이익이 감소할 것(19.5%) △〃유통 매장 판촉사원이 감소할 것(16.9%) △〃시간제 근로자의 충성도가 높아질 것(5.1%) △〃기업 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3.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 인상률은 46.5%가 '높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 정책이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저 임금 인상과 더불어 갈수록 강화되는 유통업계 규제로 오히려 고용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의미다.

유통업계는 업태 특성 상 새로운 점포를 출점하며 고용이 증가하는 구조로,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가 늘면서 신규 고용이 어렵게 된 것이다. 국내 백화점 3사의 경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신규 출점이 전무했고, 올해도 신규 점포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여파에 신규 출점까지 어려운 상황이고, 복합쇼핑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유통업계 일자리 확대는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짙다.

특히 편의점은 최저 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24시간 운영 매장이 많은 만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최저 임금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겠다는 점주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서 결제해주는 무인편의점이 등장,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술 한계로 곧장 현장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도 지난 몇 년 동안 출점 공세 강화의 영향으로 신규 출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경쟁 심화 등으로 점포당 매출이 하락세로 꺾이는 등 매출·수익성 모두 성장세가 정체되거나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빙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프랜차이즈 외식 업계도 최저 임금 인상의 불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로부터 제품 가격이 정해져서 내려오는 탓에 인건비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어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최저 임금 인상으로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가 제기된다. 최저 임금 인상을 대비해 필수의 최소 인력만 쓰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인력을 줄일 수 없게 되자 가격을 인상하거나 원가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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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책 '생색내기' 지적=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 사업주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근로자 수 30명 미만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최대 13만원을 1년 동안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30명 이상 사업장이라 해도 최저 임금 인상에 민감한 업체나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공동주택 경비원, 청소원도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최저 임금은 월 22만원이 상향되는데 13만원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많다.

유통업계로서는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 인력 감축이 필연이지만 이는 정부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에 이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최저 임금 상승에 따르는 피해를 감내하기 위해 이익 훼손 요인을 최소화하는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유통 단계 축소, 상품기획자(MD) 능력 제고, 인력·재고·판매 관리뿐만 아니라 소매 유통 외 분야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소비 심리 회복과 내수 경기 활성화가 이뤄져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규제까지 겹쳐 걱정이 크다”면서 “최저 임금 인상은 인건비 상승 요인일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납품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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