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 임금을 지난해 6470원에서 16.4% 늘린 753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007년에 전년 대비 12.3% 인상한 지 10여년 만의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월 최저 임금을 1만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최저 임금 인상에 따라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서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편의점업계는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직원을 줄이거나 무급 휴게 시간을 늘려서 수익을 보전하려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 자영업 및 중기 고용주 1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43.4%가 올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수를 10~20% 줄이겠다는 응답은 22.5%, 대폭(50%) 줄인다는 고용주는 10.1%로 각각 집계됐다. 응답자 10.8%는 가족경영 또는 1인 운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현 상태 유지는 49.3%, 무응답은 7.2%였다.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 발표 이후에 내놓은 고용주 지원 대책에 관해서는 '불만족'(65.3%)이 '만족'을 크게 웃돌았다.
2018년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이나 고용 시간을 이미 줄였다는 응답자는 40.6%에 달했다. 앞으로 고용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고용주는 34.8%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과 최저 임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무인 매장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아르바이트 직원 대신 무인기계를 사용하고 있거나(10.9%) 사용 의향이 있다(30.4%)는 응답은 무려 41.3%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근 무인 결제 시스템 기반의 미래형 매장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무인점포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태세를 보이고 있다.
CU가 선보인 비대면 결제 시스템 'CU 바이셀프'가 대표 사례다. 직원 도움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나올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별도의 공간 및 비용 소요가 없어서 기존 점포에 즉시 도입할 수 있다. CU 가맹점주들이 무인 편의점 구축에 핵심 기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무인매장을 선보였다.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선보인 세븐일레븐은 올해 2호점을 오픈할 예정으로 있다. 이마트24는 현재 6개 직영 매장에 무인 편의점을 적용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은 키오스크로 고객이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4일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르는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인매장 도입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업계의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