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유지비, 과제 끝나도 돌려 쓴다…'풀링제' 도입

정부가 연구과제비에 포함된 연구장비 유지·보수비를 이월·적립해 사용하는 '풀링제'를 도입한다. 연구자는 과제 종료 후에도 해당 비용을 장비 보수에 쓸 수 있다. 연구 현장의 장비 활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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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3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장비 풀링제'를 '제2차 국가연구시설장비 운영·활용 고도화계획'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풀링제가 포함된 계획안은 다음 주 공청회에서 발표된다.

현재 연구장비 구입과 운용, 유지·보수 비용은 과제비에 포함된다. 이 돈으로 과제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고 운용한다. 문제는 과제 종료 후다. 과제가 끝나면 해당 장비는 기관으로 소유권이 귀속,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남은 유지·보수비는 반납해야 한다.

과제 종료 후 장비 활용 관리에 구멍이 생긴다. 연구장비는 구입 초기보다 수년이 흐른 후 수리·보수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과제가 종료됐다면 별도 비용을 마련해 장비를 수리해야 한다. 연구장비가 과제 단위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정부 구상은 연구장비 유지·보수비를 과제가 아닌 연구 책임자 또는 연구소 단위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장비 풀링제를 도입하면 과제 종료 후 남은 장비비를 이월, 적립한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 비용으로 사용한다.

국가 연구개발(R&D) 투자가 정점에 이른 시점에서 장비 활용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연구장비를 국가 과학기술 인프라로 보고 지원·관리한다. 고가 고급 장비도 많지만 활용도는 낮다는 지적이 많다. 장비 유지비를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연구자도 오랫동안 최적 성능으로 장비를 운용할 수 있다. 대부분 연구가 R&D 과제 종료 후에도 이어진다. 정부 R&D 과제를 수주해 초기 연구를 시작하고, 종료 후 후속 연구로 성과를 추가 창출하는 식이다. 풀링제가 도입되면 후속 연구 시에도 장비 최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국가연구시설장비 운영·활용 고도화계획은 범 정부 차원의 5개년 계획이다. 2022년까지 국가 연구장비 정책의 뼈대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직후 장비 활용성 제고 문제를 집중 점검했다. 제2차 계획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연구자, 장비 관리자, 정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나눠쓸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 동안 연구장비 정책이 도입과 구입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구축한 장비를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쓰는 활용성 제고가 중요하다”면서 “과제 종료 후에도 제때 유지·관리비를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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