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삼성전자 자급제 결단 ···'언 캐리어 전략' 도입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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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급제폰과 비(非)자급제폰 가격을 일원화하는 건 '보조금 없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큰 그림(빅 픽처)'으로 해석된다. 보조금이란 비효율 방식에서 탈피하고,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대로 진입을 앞당길지 관심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3분의 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자급제폰 혁신에 착수한 만큼 제조사·이통사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 없는 시대 개막하나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S9을 시작으로 프리미엄을 넘어 중저가 제품군으로 자급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10%가량 비쌌던 자급제폰 가격을 이통사향 비자급제폰과 일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통사 대리점에서 구매하든,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서 구매하든 스마트폰 가격이 같아진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유통 시장은 '고가 휴대폰→보조금 지급' 구조로 성장했다.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제조사는 휴대폰을 판매했고 이통사는 고객을 늘렸다. 고가 보조금은 이통사·제조사 재무부담으로 작용했다.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되면 제조사와 이통사 모두 보조금 부담이 감소한다. 이용자는 보조금이 아닌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어 혜택이 종전보다 늘어난다.

미국에선 2013년 T모바일을 시작으로 보조금 프로그램 종료 바람이 거셌다.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이통 시장이 성숙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이른바 '언캐리어(이통사 배제)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자급제폰에 선제 대응한 가운데 이통사가 휴대폰을 판매하지 않는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는 후일을 기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영향 클 듯···'유심요금제' 최대 관심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감안할 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LG전자도 비자급제-자급제 휴대폰 가격 통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와 관계를 고려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장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플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해 별도 정책을 내지 않는 게 애플의 관례다. 하지만 자급제폰 인기 여부에 따라 애플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통사는 이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급제폰 활성화로 보조금 지출이 줄면 이익이 증가한다. 반면에 요금인하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도 언캐리어 전략 확산 이후 파격 서비스 경쟁이 줄을 이었다.

유심요금제가 강점인 알뜰폰은 자급제폰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최대 관심은 이통사의 유심요금제 출시 여부다.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가 '데이터 2배 무약정 프로그램'을 출시하자, 자급제 대비용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LG유플러스 요금제는 휴대폰 없이 유심만 별도 판매한다. 유심요금제는 온라인으로 판매 가능,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요금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출고가 인하도 기대된다. 출시 초기에는 가격을 내리지 않더라도 출시 이후 출고가 자체를 인하할 수 있다. 지금은 출시한 지 오래된 제품도 출고가를 내리기보다 보조금을 대량 지급하는 방법으로 재고를 밀어낸다. 이 방식은 막대한 재정부담은 물론 가입자 뺏기라는 극심한 시장혼란을 만들어온 주범으로 지목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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