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 협동로봇 태동기 진입…수요처 확대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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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로봇산업은 협동로봇으로 시작해 협동로봇으로 끝났다. 한화와 두산 등 이른바 '빅플레이어'들이 잇달아 협동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시장에는 한화테크윈과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 제품을 필두로 보급형과 중급형 제품이 주로 출시되고 있다. 국내 로봇 중소기업과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가격대를 2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원 초반대로 책정했다.

한화테크윈은 유니버설로봇(UR)처럼 보급형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UR는 3000만원 전후 가격대의 보급형 협동로봇을 앞세워 세계 협동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화는 현재 가반중량 5㎏인 HCR-5를 올해 상반기 출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가반중량이 HCR-3와 HCR-12를 출시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한화테크윈과 달리 중급기 시장을 공략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 협동로봇 공장에서 협동로봇 네 가지 모델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9월 두산로보틱스 법인 출범 후 연내 협동로봇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부터 협동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 연구를 해왔다.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중급형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산로보틱스가 내놓을 협동로봇 가격은 3000만~4000만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자사 제품 각 축에 토크센서를 부착해 작업 정밀도를 높였다고 발표했다. 보급형 제품에서는 축당 토크센서가 탑재되지 않는다. 토크센서 단가가 추가되는 만큼 가격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축 기준 토크센서 양산 단가를 단정지을 수 없지만, 100만~200만원가량 단가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가격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로봇 중소기업에서도 보급형 협동로봇을 속속 내놨다. 뉴로메카는 별도 센서가 없어도 알고리즘 기술만으로 로봇이 충격을 감지하고 멈추도록 만든 협동로봇 라인업을 내놨다. 오토파워는 대기업보다 발 빠르게 자체 협동로봇을 개발, 판매하는 중소기업이다. 오토파워는 지난해 말 협동로봇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1월부터 가반중량 5㎏, 10㎏ 협동로봇을 시판했다.

◇협동로봇, 어떻게 쓰이나?

지난해 미국로봇산업협회에서는 글로벌 제조기업 협동로봇 적용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가로등 조립 공정에 협동로봇을 적용했다. P&G에서는 향수 샘플제품 포장 공정에 협동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BMW는 문짝 본딩 작업에 협동로봇을 쓴다.

협동로봇 도입효과로는 생산 효율성 향상을 꼽을 수 있다. GE에서는 공장에서 이뤄지는 조립 공정 대부분이 수작업 공정으로 이뤄졌다. 또 수작업 공정에서 노동력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부담도 있었다. GE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로봇을 도입,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에 투입했다. 협동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하고 대신 숙련공은 부가가치가 높은 작업을 하도록 업무를 분담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 이제 시작…수요처 찾아라

국내 협동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다. 협동로봇 '킬러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업계로서는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두산로보틱스는 양산공장 가동과 더불어 현대자동차, 일진그룹 등 국내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연 1000대 이상, 2022년 연 9000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협동로봇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개화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협동로봇 제조사들은 올해 협동로봇 판매실적이 높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인 것은 맞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협동로봇을 막상 만들었는데 실제 판매 성과가 나올지 의심하고 있다”면서 “기존 산업용 로봇이 아니라 협동로봇을 쓰는 것이 생산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레퍼런스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자동차처럼 대규모 생산라인에서 수년 전부터 협동로봇을 채택해 왔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예비 수요가 있다. 국내에서 협동로봇 도입 성공사례를 서둘러 내놓는다면 국내 연착륙 시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국산 협동로봇이 시장에 전개되려면 먼저 업계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단순히 로봇 단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기업이 현장에서 협동로봇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도록 여러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시장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