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곧 힘이고 돈이다. 정보를 한 곳으로 응집시켜서 불평등한 폐쇄 사회 구조를 만드는 '정보 독점'의 폐해가 심각하다. 의료,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 독점을 깨뜨리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를 얻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은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는 엄포를 놓았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확정 일자, 월세 세액 공제, 건축물 대장, 재산세 대장 등의 자료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임대 현황을 꿰뚫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정보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유독 교육에서는 폐쇄 입장을 고수한다.
지난 11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숫자를 공식 확인했다. 수능 만점자 공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수능 채점 결과에 기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만점을 받은 재학생과 졸업생 수가 같다고 했다. 2018학년도 수능이 졸업생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영역 등급별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은 “공개를 검토해 보겠다”며 미뤘다. 모든 데이터를 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일부 정보를 보여 줬다가 감췄다가 하는 등 쥐락펴락했다.
입시는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큰 사건이다. 수능에서 졸업생이 더 유리한지 그렇지 않은지와 관련한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더 유리하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지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다. 줄세우기를 염려하지만 정작 줄세우기를 하는 것은 정부의 정보 독점이다.
입시 제도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점수가 나오기 전부터 지원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가의 사교육 컨설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 하는 일은 허위·과장 광고 학원이나 과다 교습비 청구 단속 정도다. 정보 독점으로부터 나오는 힘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현상만 잡으려니 실효가 있을 리 없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