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연구관리기관 재조정 논의 본격화

내년 범 정부 차원의 연구관리전문기관 재조정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국가 연구개발(R&D) 체계에서 정부와 연구기관 중간에 놓이는 기구로, R&D 사업의 세부 관리·평가를 담당한다. 너무 많은 기관과 규정이 난립하면서 '옥상옥'이 됐다는 지적이 높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절반 이하로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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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2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관리전문기관 재조정을 위한 현황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도 내용 검토에 착수했다. 국가 R&D 총괄 부처와 공공기관 경영의 '실탄'을 쥔 재정당국이 모두 뛰어든 셈이다. 연구관리기관 재조정 목표와 기준, 방법에 대한 논의가 내년 초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관리기관은 일종의 중간기구다. 정부 R&D 사업을 프로젝트(과제) 차원으로 관리, 집행한다. 현장 연구자가 국가 R&D를 수행할 때는 전문기관에서 과제를 따고, 기관 규정에 따라 관리·감독을 받는다. 국가 R&D 전문성을 높이고 기술의 확산을 장려하는 게 임무다.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이 속한다.

여러 부처가 제각각 기관을 두면서 기관 수와 규모가 급증했다. 정부가 파악한 주요 기관만 17~20개에 이른다. 소규모 기관까지 합하면 수십 개에 이른다. 복잡한 체계는 연구 현장의 행정 부담을 초래한다. 연구 과제에 따라 다른 기관·규정의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애초 설립 목적이 퇴색하고 역기능만 커졌다는 지적이 높다.

이들 기관을 구조조정하는 게 현 정부 정책 현안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연구관리 기능을 총괄 정비하고 정책 대상 특성 별로 전문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 출범 후 '소수로 재조정' 방침을 세웠다.

각 부처는 올해까지 현황 파악과 대안 검토에 주력했다. R&D 관리 기능이 미비하고 규모가 작은 곳의 기능을 우선 통합하거나 장기 관점에서 분야별 4~5개 기관으로 구조조정하는 등 복수의 방안이 거론된다. 지금보다는 기관 수를 대폭 줄이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 기관 대부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상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다.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기재부 의지가 중요하다.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서면서 내년에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목표달성식 구조조정보다 통합 이후 '큰 그림'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몇 차례 통합 과정에서 기관 내 인력 운용 차질, 업무 과중에 따른 전문성 약화 등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기능 재조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정책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기관 관계자는 “연구관리전문기관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데는 공감하는 의견이 많지만 실제 재조정이 시작되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전문기관 기능의 명확한 원칙과 후속 대책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