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설비 공동활용 제도는 과도한 예외조항으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진다면 공동활용은 무의미하다. 필수설비 이용대가와 산정기준 재검토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기준 필수설비 이용대가는 2007년 대비 최대 130% 증가했다. 매번 필수설비 전체를 새로 구축하는 상황을 가정해 대가를 산정하는 '표준원가산정방식' 탓이다. 자재비·인건비 상승에 따라 산정 때마다 대가가 높아져 임차 사업자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 산식의 문제점 거론에 앞서 개선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감가상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용대가(단가) 산정과 100m 단위 산정기준이다.
◇설비 감가상각 고려해야
KT가 보유한 필수설비 상당수는 체신부 산하 시절 1962년부터 1981년까지 5개년씩 4차례 기반설비 확충 사업으로 구축됐다. 1981년 구축된 설비라 하더라도 36년이 지났다.
전기통신사업법 '설비 등의 제공조건 및 대가산정기준 고시 '제28조(감가상각비의 산정)'에 따르면 관로의 감가상각은 35년, 전주는 40년이다.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설비는 이용대가 원가 산정 시 이를 고려하는 게 상식이다.
필수설비 기본 대가(단가)는 정부 용역으로 3년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산정한다. 현재는 감가상각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논의된 적도 없다. KT가 보유한 설비별 구축 연도 정보를 정부에라도 공개, 감가상각 반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m 빌려도 100m 비용은 불합리
필수설비 불합리한 산정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1m 단위로 산정하는 비인입관로와 달리 인입관로는 1m만 임차해도 100m 단위로 비용을 받는다. '최소임차거리 조건'에 의해서다.
인입관로 100m당 이용대가는 월 2만5000원이다. 통상 후발사업자가 빌리는 인입관로는 20~40m 수준이지만, 100m 단위인 2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평균 비인입관로(통상 150~170m) 비용인 2만1000원~2만4000원(2016년 대가 기준)을 더하면 매달 4만6000원~4만9000원을 필수설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KT 경쟁사의 유선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1만6000원~1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한 건물 당 3회선을 유치해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업용 건물 95%가 4층 이하 중소형 건물로 가입자 수요가 5회선 미만이다. 후발사업자의 유선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3회선 이상 유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소임차거리 조건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성 검토로 필수설비 제도 취지 살려야
경제성은 필수설비 공동활용 예외조항과 제도개선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다. 필수설비 정의 중에는 '물리적'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복제가 불가능한 설비가 포함돼 있다.
후발사업자가 인입관로를 신규 구축할 때 평균 투자비는 약 3000만원(약 200m 기준)이다. 이를 회수하려면 ARPU가 1만6000원~1만9000원일 때 1회선 유치 시 약 150~190년, 2회선 유치 시 75년~95년이 소요된다. 신규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은 필수설비를 임차해야 하지만 불합리한 이용대가와 산정기준으로 인해 임차 시에도 경제성 확보는 어렵다.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단가 산정 시 감가상각 반영, 1m 단위 산정기준 개선 등을 통해 월 임차 비용을 70%가량 낮춰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 연도별 필수설비 대가 추이 ]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