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젖줄 '기술가치평가(TCB)'사업, 부실화...공기관 TCB자원 사장될 판

우량 중소기업 자금 조달 평가 인프라로 활용되던 기술가치평가(TCB) 사업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TCB는 우수 기술 기업을 발굴하고, 정부의 눈먼 자금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기술금융 사업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 소관 업무로, 공공기관 가운데에는 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유일하게 해당 사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기보가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됐다. 연구개발(R&D) 중심 기술 기업의 벤처 자본 조달에 타격이 예상된다.

해당 사업의 민간 이양 원칙은 세워졌지만 아직 기보가 축적한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이전할지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6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이 중기부 산하로 편입되면서 금융위는 TCB 사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로 인해 기보가 보유한 선진 TCB 인프라, 인력 자원, 시스템이 부처 간 협의 없이 유실되는 사태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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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B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신용 정보를 통합 평가, 기술 신용 등급을 산출〃조회〃제공하는 사업이다. 보수 성격의 은행 여신 심사 방식에서 탈피,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평가해서 자금을 빌려 주는 일종의 '기술신용대출'이다. 기업 재무 여건 위주의 기존 여신 심사에 비해 기술력 평가 비중을 높여 기술 중심 R&D 기업에 더 많은 재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기술 신용 등급이 좋은 우량 벤처 기업과 연구 기반 R&D 기업, 특허를 보유한 기술 집약 기업 등이 자금을 조달할 때 TCB를 활용했다. 그동안 TCB를 통해 약 100조원에 육박하는 자본이 중소기업에 투입했다. 기술 가치 평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업이 자금을 수혈 받는 통로로 활용됐다. 기술 평가 실적만 60만건이 넘는다. 은행 및 신용평가사 TCB와 달리 기술, 사업성만으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심사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TCB 제공 대상을 벤처, 이노비즈 기업으로 대폭 확대했다. 기술 신용 평가 표준 모형과 검증 체계, 기술 금융 수요자 연수 프로그램 등 기술 금융 확산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기보의 TCB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금융위 측은 당초 기보의 TCB지정 계약이 내년 상반기에 만료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업무 이관이나 활용 협의는 아직 없다. 수년 간 기보가 축적한 수백만 건에 이르는 중소기업 기술 평가 정보와 전문 인력은 물론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해서 구축한 기술평가시스템(KTRS)까지 사장되는 분위기다. 기보도 정부 주도 아래 KTRS를 운용했고, 전문 인력과 전담 부처까지 신설했지만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이관과 상관없이 기보 TCB 사업은 초기부터 민간으로 넘기는 것으로 협의된 사안”이라면서 “기보가 중기부로 이관되기 때문에 TCB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기부도 인가 만료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응은 못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TCB 관련 문제는) 금융위가 공식화하지 않아서 먼저 나서기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내년 상반기의 인가 만료를 앞두고 재인가 신청 접수를 받는 시점에서야 공식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실적

(단위: 건)

[표] 기보가 보유한 기술평가모형(KTRS)

4차산업 젖줄 '기술가치평가(TCB)'사업, 부실화...공기관 TCB자원 사장될 판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