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다섯 달이 지났다. '새 정부'라는 말을 붙이기도 옹색한 시점이지만 이제야 정부 부처 실·국장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직도 수장을 찾지 못했다.
인력이 최고 자원이라는 우리나라에 인재가 그렇게 없는 것일까. 고위 관료들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국정감사가 딱 그 모양새다. 전 정권의 부역자가 어떻게 여전히 요직을 차지하고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도 도마에 오른다. 공직자와 기관장의 경영 능력이나 정책 실효성을 묻기보다 '누구 편'인지를 먼저 따진다.
지난 정권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온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와 이들 산하 기관 국감에서도 문제가 두드러졌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이 모두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한 기관장에게 의원들은 '박쥐 같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누구 편인지를 따지기보다 교육 철학과 기관 경영 문제를 짚었어야 했다.
정책에 관해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성과 검증은 제쳐 두고 “왜 지난 정권의 정책을 이어 가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정보기술(IT) 코리아' 경쟁력도 그렇게 무너졌다. 단순히 전 정권의 사업과 성과였다는 이유만으로 축소되고, 사라진 사업이 많다. IT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때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IT 경쟁력은 세계 선두권을 달렸다. 그러나 이제는 존재감을 내세우기도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9위로 20위권에 겨우 턱걸이 했다.
적폐 청산은 문재인 정부와 이 시대 정치인이 짊어진 역사 소명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서부터 시작해 지난 정권의 각종 비리가 밝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 공직자와 정책을 모두 적폐라고 할 수는 없다. '내 편'만 찾다 보니 장관도 못 찾은 것은 아닌가. 이런 행태 역시 또 다른 적폐는 아닐까.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