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판매땐 높은 할인율 적용…불법사용땐 정가 적용 덤터기 피해 우려
전사자원관리(ERP) 세계 1위 기업 SAP가 한국 ERP 가격을 본사 독일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높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판매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영업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AP는 국내서 ERP 제품을 독일보다 평균 두 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본지가 입수한 2015년 기준 SAP ERP 가격(Price)표에 따르면 SAP ERP 도입시 가장 많이 구매하는 'SAP 임플로이 유저(Employ User)' 가격이 국내는 이용자당 116만4000원이다. 독일은 같은 제품 가격이 400유로(54만원)로 한국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
다른 ERP 제품군도 국내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SAP 프로젝트 유저(Project User)'는 국내 261만원, 독일 121만원, 'SAP 플랫폼 유저(Platform User)'는 국내 378만원, 독일 175만원으로 국내가 독일보다 평균 두 배가량 높았다.
SAP ERP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뿐 아니라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에서도 대규모로 도입해 사용한다. 국내 ERP 시장 점유율 1위다.
업계는 SAP EPR 가격을 제대로 아는 고객이 드물다고 분석한다. SAP가 제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SAP처럼 기업용 소프트웨어(SW)를 판매하는 오라클은 검색 사이트에서 쉽게 가격표 확인이 가능하다. 오라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등 주요 글로벌 SW업체도 가격표를 공개한다.
SW 가격은 국가 또는 지역 간 큰 차이가 없다. SAP처럼 국가간 두 배가량 가격차가 발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업계는 전한다. 외국계 SW업체 영업 관계자는 “보통 글로벌 가격표가 달러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 가능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SAP가 국내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SAP가 국내서 제품을 판매할 때 평균 40∼50%가량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다”면서 “국내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가격대는 독일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SAP ERP 감사(Audit·오딧)로 인해 제품을 재구매할때 국내 고객이 불리한 위치에 처한다는 점이다. SAP는 주기적으로 자사 제품을 도입한 회사를 상대로 SW 불법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불법 사용 여부가 확인되면 해당 SW를 추가 구매해야한다. 이때 원가를 바탕으로 금액 청구가 가능하다. 초반 구입시에는 할인율을 적용받아 독일과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했지만 감사 이후 재구입시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본지는 SAP 본사와 SAP코리아 측에 상이한 가격정책 이유를 수차례 문의했다. SAP코리아는 국가 간 가격이 다르게 표시된 자료는 인정했다. 하지만 가격 차이에 대한 이유나 설명은 회피했다. SAP코리아 관계자는“(가격표와 관련해)본사 확인 결과 허위자료는 아니다”라면서도 “본사 정책상 가격 관련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SAP 고객이 할인율에만 주목해 실제 가격이나 왜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면서 “독일보다 가격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할인율을 활용해 영업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나중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SW구입 과정부터 가격, 재구매 시 할인율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표]SAP 주요 제품 국내와 독일 가격 비교, 출처: 업계 취합
[전자신문 CIOBIZ]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