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담론이 넘쳐나는 가운데, 기업의 고민이 깊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며, 기업 역량은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한다.
국민과 기업의 인식 차도 뚜렷하다. 지난해 청년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젊은이들은 '인공지능(AI)'을 중요기술로 꼽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인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사물인터넷(IoT)'이 선택됐다.
이런 사정이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순조로울 리 없다. 기업은 3년 내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급변하는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방안을 찾고 있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 중소·중견기업은 절반 이상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방향 제시만 기대하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 이정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논의 주체가 돼야 할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이 계속 지연돼 안타깝다. 산업계가 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4차 산업혁명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 기대했던 기업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면 이 같은 염려는 불식되리라 믿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거는 산업계의 기대는 간결하다. 산업계의 현실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하고, 명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유럽의 ETP(European Technology Platforms)나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워킹그룹의 사례와 같이 전략·정책의 기획 단계에 산업계가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을 요청하고 있다.
관련 인력 양성에도 같은 맥락의 주문을 한다. 산업계 전문가가 기술교육과정 발굴에 직접 참여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업계와 호흡을 맞춰달라는 요청이다. 이렇게 완성된 비전과 정책은 연속성,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현 정부 산업기술 정책 방향의 사실상 요체라 생각하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제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할 차례다.
김성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 saint@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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