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세, 무선충전 시장 판 커진다…시장 표준도 'WPC'로 정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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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신형 아이폰에 무선충전 도입을 확정하면서 부품과 액세서리 등 무선충전 시장이 급팽창할 전망이다. 무선충전은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애플에 앞서 자사 스마트폰에 접목한 바 있지만 크게 대중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애플은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산업계 파급력이 큰 만큼 기술 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시장 표준을 놓고 경쟁하던 무선충전 기술 판세도 엇갈릴 전망이다.

◇아이폰8과 아이폰X에 'Qi' 탑재

애플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행사를 갖고 신형 아이폰에 무선충전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아이폰8·아이폰8플러스·아이폰X에 무선충전 기술 '치(Qi)'를 탑재해 시중 출시된 무선충전기와 호환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치'는 무선전력 국제 표준화 단체인 'WPC(Wireless Power Consortium)'가 만든 자기유도방식 기술 규격이다. 2008년 설립된 WPC는 상호 호환성을 담보하는 기술을 정립하며 무선충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9월 현재 244개 업체가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선 LG전자, 삼성전기, 코마테크 등이 회원사다.

애플은 올 초 WPC에 가입해 무선충전 기술 도입을 예고했다. 애플이 WPC 회원사가 됐다는 것은 WPC의 기술 규격을 접목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무선충전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애플은 3.5㎜ 이어폰 잭을 없애거나 라이트닝 단자를 채택하는 식으로 늘 독자 규격을 강조해와 일각에선 무선충전도 치 기술을 활용할 뿐 독자 요소를 접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무선충전은 달랐다. 애플은 독자가 아닌 공조를 택했다. 이유는 인프라 때문으로 해석된다. 선 없는 충전을 위해서는 전력을 무선으로 보내는 송신기기, 즉 무선충전기가 필요하다. 이런 패드가 공항이나 호텔, 자동차 곳곳에 널리 설치돼 있어야 쉽게 충전을 할 수 있다. 애플 혼자서는 충전기 보급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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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이폰 무선충전 모습(출처: 애플 홈페이지)

◇무선충전 시장 판 커진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무선충전을 스마트폰에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출시한 '갤럭시S6'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모델에 기본 탑재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 채택으로 2015년 무선충전 수신모듈 출하량이 전년 비 160% 증가했다.

그러나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기술에 대한 낮은 소비자 인식을 삼성전자가 홀로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애플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고 아이폰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이어서 애플의 채택은 무선충전 기술 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폴 골든 WPC 부사장은 “무선충전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며 “소비자의 무선충전 사용을 가속화하고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IHS는 무선충전 시장이 올해 급증해 수신모듈 출하량이 올해 3억2500만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표준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업계 지형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WPC와 에어퓨얼얼라이언스(PMA와 A4WP가 통합)가 시장 표준이 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해왔는데, WPC 쪽으로 중심축이 기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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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선충전 시장 추이. 무선충전이 되려면 송신모듈(Transmitter)과 수신모듈(Receiver)이 필요하다(자료: IHS마킷).

◇WPC 송신은 15W까지, 아이폰 실제 충전은 7.5W

현재 WPC가 개발한 기술은 15와트(W)까지 전력을 무선으로 보낼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 유선충전기의 출력과 맞먹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1시간 이내에 완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송신에 국한된 얘기다. 현재 기술로 전력을 보내는 건 15W까지 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보다 낮은 전력을 받게끔 설계하고 있다.

WPC한국프로모션 의장을 맡고 있는 정상문 코마테크 실장은 “발열, 효율, 폰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 전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 무선충전도 7.5W가 최대치다.

무선충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내장돼 전력을 받는 수신모듈과 전력을 무선 전송하는 송신모듈, 두 가지 부품이 필요하다.

수신모듈은 주로 스마트폰 제조사가 선택해 기본 탑재하고, 송신모듈은 다양한 주변기기 회사에서 만들어 출시한다.

수신모듈은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짙고 송신모듈은 충전기나 케이블과 같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개념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애플의 무선충전 도입은 부품과 액세서리 업계 호재다. 삼성전기, 코마테크 같은 부품 업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만드는 슈피겐코리아가 WPC에 가입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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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테크 무선충전패드 '프리디'. 아이폰이 채택한 무선충전 기술 '치(Qi)'를 지원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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