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태블릿PC 나온다… 복잡한 함수부터 그래프까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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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생 함수 그래프 학습 보조공학기기 개념도(출처:국립특수교육원)

시각장애인 학습용 태블릿PC가 세계 최초로 개발된다. 복잡한 함수와 그래프도 표현 가능해 시각장애인 교육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국립특수교육원은 시각장애학생 함수·그래프 학습 보조공학기기 개발 과제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개발 업체는 닷(대표 김주윤)이다.

닷은 시각장애인 보조 공학기기 전문 스타트업이다. 점자를 이용한 스마트워치 '닷워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열린 '국제 장애인 정보통신 접근성 및 보조기기 콘퍼런스(CSUN)'에서 세계적인 팝 가수 스티비 원더가 닷워치를 선주문해 전 세계 언론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보조공학기기는 태블릿PC 형태로 제작된다. 개발 보드, 제어부,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뉜다.

보드 크기는 가로×세로 257㎜×182㎜다. 두께는 20㎜ 내외다. 아이패드를 2개 겹쳐 놓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보드 상단은 일반 태블릿PC와 달리 디스플레이 대신 수많은 점이 빼곡히 들어있다. 6개 점자로 이뤄진 셀 모듈이 430여 개 들어간다. 2500개가 넘는 점자로 정보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신호를 받으면 기존 점자 단말처럼 플라스틱 재질로 된 점자가 위로 튀어나온다. 5개 이상 그래프가 한 화면에 표시될 정도다.

박해룡 국립특수교육원 연구사는 “복잡한 함수와 그래프는 정말 필요할 때만 점자 프린터로 출력해 보여주는 수준”이라면서 “교과서 한 권이 백과사전 두께 책 여러권이니 참고서는 꿈도 못꾼다”고 설명했다.

이 기기는 전자석 액츄에이터가 핵심이다. 점자를 원하는 형태로 구성해주는 장치다. 전자기 유도방식을 썼다. 점자 출력을 마치면 전력을 차단한다. 외산 엑츄에이터는 점자 형태를 구성하려고 전력을 계속 소모하는 방식이라 사용 시간이 짧다.

덕분에 기존 점자정보 단말에 탑재하는 모듈에 비해 크기와 두께를 20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화면 전체를 원하는대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함수와 그래프는 물론 다양한 도형과 지도를 점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닷 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모듈 크기가 길어 가로 1줄로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

보조공학기기는 PC나 모바일 기기와도 연동된다. 함수를 입력하면 보드에 그래프가 표시된다. 직접 표나 그래프를 제작할 수도 있고, 이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시력이 불편한 학생이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생활방수기능도 갖추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기기 충전 방식은 태블릿PC와 같다.

박 연구사는 “시각장애로 인해 수학 과목 중 함수와 그래프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시각장애학생을 위해 보조공학기기 개발을 추진했다”면서 “학생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내년에 예산을 확보하면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보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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