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과 안전을 책임지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 '타이어'가 진화하고 있다. 친환경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세계 각국 정부의 깐깐해진 안전·소음 기준과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타이어 업계는 미래형 첨단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타이어가 나올까”…첨단 기술 반영한 '콘셉트 타이어'
미래 자동차 모습을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구현한 콘셉트카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타이어가 장착된다. 타이어 업계가 미래 기술력을 시험하는 콘셉트 타이어다. 콘셉트 타이어에는 앞으로 양산될 제품의 기술력을 적용하는 사전 단계로써 디자인과 패턴 등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된다.
업계는 모터쇼 등을 통해 콘셉트 타이어를 선보이고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개발한 콘셉트 타이어 '이클레브'는 지능형 타이어다. 타이어 표면인 트레드에 부착된 센서가 노면 조건을 감지해 타이어의 공기압, 교체 주기나 도로 상태 등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스피누스'는 기존 타이어와 달리 구(球) 형상으로 설계됐다. 내부 회전 장치를 통해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평상시에는 좁은 접지 면적을 유지해 저연비 친환경 타이어 효과를 내고, 코너링이나 고속 주행 시 타이어가 기울어지며 접지 면적이 넓어지는 구조다. 이를 통해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안정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1인용 이동 수단을 위한 타이어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인 '플렉스업'은 타이어가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진화한 사례다. 이 제품은 복잡하고 좁은 도심 도로에서 기존 타이어로 이동이 어려운 계단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분할된 트레드는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면서 주행 도중에 계단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트레드(접지 면적)를 재충전하는 친환경 타이어도 등장했다. 넥센타이어가 개발한 '그린하이브'는 휠과 일체형으로 설계된 타이어 제품에 트레드를 소모품처럼 교체, 사용할 수 있다. 트레드만 교체하면 반영구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그린하이브는 '2016 레드닷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 본상을 받았다.
타이어에서 공기를 빼내 펑크가 날 걱정이 없는 비(非)공기압 콘셉트 타이어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비공기압 타이어를 처음 개발한 브리지스톤은 '2세대 비공기압 콘셉트 타이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고성능 수지를 사용하고 바큇살 구조를 개선, 주행 도중의 타이어 내부 변형을 최소화했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 잡아라”…소음·진동 줄인 전기차 타이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타이어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엔진 대신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소음과 진동이 없어 타이어에 높은 정숙성을 요구한다. 타이어 업계가 소음·진동(NVH)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일반 타이어도 소음 기준이 깐깐해진다. 환경부는 도로변 소음을 줄이기 위해 현재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타이어 소음 성능 표시제'를 2019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타이어 소음 성능 표시제란 타이어 소음 성능 표시를 의무화, 기준에 적합한 저소음 타이어만 보급하는 제도다.
국내 주요 타이어 업체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저소음 타이어 제품을 양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와 포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씨맥스 에너지'에 전기차용 타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기차용 타이어 '와트런'를 개발한 금호타이어는 현재 르노삼성 전기차 'SM3 Z.E.'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엔블루 EV'를 개발, 기아 전기차 '쏘울'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의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 소음·진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타이어에 요구되는 정숙성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저소음 타이어 제품의 경쟁력이 타이어 업계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