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결산]"자유무역·디지털화·파리기후협정 지지"…기후협정은 美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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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에서 7~8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큰 줄기는 '강한 경제·건강한 지구'다. 각국 정상은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공동성명에 △자유무역 지지 △디지털화 가속과 정보격차 해소 △파리기후 협정 충실한 이행 △여성 경제 참여 강화 △보건 위기 대응 등을 담았다. '함께하면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G20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북한 문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지만 공동선언문에 북핵과 미사일 도발 문제를 포함시키진 못했다.

◇자유무역 수호 의지 재확인

'모든 불공정 무역관행을 포함한 보호주의를 계속해서 맞설 것이다.'

G20 정상은 국제 무역과 투자에 있어 '공정경쟁'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상호 호혜적 무역을 주장하며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고,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G20 무역 철학을 그대로 유지했다.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상호 이익이 되는 교역과 투자, 무차별 원칙의 중요성을 주목하면서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정당한 무역방어기관(제도와 수단 포함·instruments)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무역기구(WTO),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교역관계 감독활동 평가를 해 나갈 것임을 명시했다. 이는 그동안 WTO 국제무역 규범을 따르지 않고 국내법을 우선시하겠다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투자 부분에서는 포용적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가기로 했다. 또 정상은 지난해 성명에서 채택한 철강공급과잉 해소 노력도 언급하며 속도감 있는 실천을 다짐했다.

성명을 통해 “지난해 항저우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올해 8월까지 '철강글로벌포럼' 회원국에 정보공유와 협력을 강화하는 약속을 이행하고, 철강 과잉공급을 감소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을 신속히 수립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오는 11월까지, 그리고 후속 진전 상황을 담은 내용이 2018년까지 나와야 한다고 명시했다.

◇'디지털 활성화·정보격차 해소'에 공동 노력 촉구

G20 정상은 디지털화 시대에 따른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디지털화로의 전환'을 혁신적·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으로 평가했다. 불평등 감소와 2030 지속가능개발 의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상은 “우리는 소득, 나이, 지리적 위치, 성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디지털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모든 시민이 2025년까지 디지털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특히 저소득 국가에 디지털 인프라 개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공공행정 현대화와 업무 효율성 증진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새롭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디지털 환경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4월에 열린 G20 디지털 장관 회의에서 채택한 'G20 디지털화 로드맵'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로드맵은 5G 등 최신 통신기술 투자 촉진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방향 등을 담았다.

정보격차 해소와 디지털 보안 문제에 대한 공동 노력도 촉구했다. 정상들은 “우리는 데이터 보호, 지식재산권에 관련 법적 틀을 존중하는 한편,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지한다”면서 “G20 디지털화 로드맵은 미래의 우리의 일을 제시해 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리기후협정 지지, '美 탈퇴' 병기

성명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과 다른 19개국 회원국의 입장이 엇갈렸던 기후협정과 관련해 양측 입장이 모두 반영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가가 타협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 스스로 '고립의 무덤'을 판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G20 회원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놓고 “미국의 탈퇴 결정을 주목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의 국별결정기여(NDC) 이행을 즉시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경제성장을 지지하며 에너지 안보 수요를 개선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는 접근법에 대해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은 온실가스 저감에 동의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논리로 파리협정에서 빠져나왔다.

이에 다른 정상들은 “파리협정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온실가스 저감 목표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별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파리 협정에 대한 공약은 강력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리협정) 부속서 상의 '성장을 위한 G20 함부르크 기후 및 에너지 행동 계획'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여타 국가가 더욱 청정하고 효율적으로 화석연료에 접근하고 또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끔 돕는 데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화석연료 증대 정책에 힘입어 셰일·원유·천연가스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미국 입장도 병기했다. 이는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 신경전이 이어진 끝에 내려진 타협안이다.

미국의 주장이 결국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이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해 “미국의 고립을 상징하며 20조달러에 달하는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스스로 발을 뺀 꼴이다” “미국이 시류를 거슬러 아직도 화석연료에 매달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개국 정상은 아프리카 발전 지원과 반부패 노력 증대 의지와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의지도 확인했다. 다만 잇단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는 북한에 대한 의견 표명은 공동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