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2040년까지 모든 경유, 휘발유 차량의 국내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미국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 이후 국제무대에서 기후변화 리더십 변화가 한창이 가운데 프랑스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2040년까지 모든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는 진정한 혁명적인 조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윌로 장관은 푸조, 시트로앵과 르노 등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가 이런 변화를 이룰 충분한 기술력과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고가 하이브리드나 전기 차량 구매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윌로 장관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기오염으로 고통받는 프랑스인 건강을 위한 구상이라고 밝혔다. 파리, 리옹, 그르노블 등 프랑스 대도시는 봄철 미세먼지 원인으로 경유차를 지목해왔다.
발표 후 푸조와 시트로앵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은 정부 구상이 2023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80%를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채운다는 자사 구상과 들어맞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PSA그룹은 수출용으로 디젤, 가솔린 차량은 계속 생산하겠다고 덧붙였다.
윌로 장관 발표는 스웨덴 브랜드 볼보가 2019년부터 모든 차종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볼보는 전날 2019년부터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소형 가솔린 엔진과 대형 배터리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만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노르웨이는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를 2025년까지 중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독일도 2020년까지 전기 차량 100만대를 추가로 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인도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시판 차량을 전기 차량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성급히 장밋빛 구상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왔다. 독일에 이어 유럽 제2 자동차 생산국인 프랑스에서 전기차 모델 점유율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유럽 전반으로 볼 때 여전히 소비자는 내연기관 차량을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자동차생산자협회(ACEA)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하이브리드와 전기 차량의 신차 등록률은 서유럽에서 전체 3.6%에 불과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외에 프랑스 정부는 전체 전력생산의 5%를 차지하는 석탄을 통한 화력발전도 2022년까지 중단할 방침이다. 원자력발전 비율도 현 75%에서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프랑스 영토 내에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금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 이후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후변화 연구기금 조성계획을 밝히는 등 국제 환경 관련 논의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정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인간 권리를 담은 유엔 차원 새로운 국제인권규약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발표가 세계 기후 변화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프랑스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